“세계화가 제로섬(Zero-Sum)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더 큰 불확실성과 불안정, 분쟁에 노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의 로라 타이슨 교수와 존 자이스만 교수, 브라이언 저지 박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연구 보고서 ‘새로운 글로벌 다이나믹스: 전환하는 세계에서 경제 변화 관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화의 미래’를 연구한 세 저자는 지정학적 변화와 기술 발전에 의해 세계화가 변화하는 양상을 분석했다. 이들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상호 연결돼 있지만, 디지털화와 서비스 중심 경제로 재구조화되는 가운데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지경학적 경계를 따라 연계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다이나믹스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동맹국 간 산업 정책 조율을 통해 파괴적 경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칩워)을 직면하는 상황에서 동맹국 간 밸류 체인 연계성을 강화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산업과 시장’ 파트를 맡은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릿지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변화시키는 양상에 대해 분석하고 주요 문제를 진단했다.
코일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재구조화하는 가운데, 규제 대응은 이에 비해 뒤처져 있다”면서 “데이터 거버넌스, 경쟁 정책 및 규제를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개선하기 위해 국제 공조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히 AI 등 첨단 기술 관련 산업에서는 변화하는 지정학 속에서 더 많은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스틴 이푸 린 중국 북경대 교수와 셀레스탱 몽가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산업 정책이 경제 성장과 구조적 개혁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산업 정책을 대하는 이중 기준을 비판했다.
두 교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의 산업 정책은 권장하지 않았던 반면, 최근 선진국의 산업 정책 확대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중 기준’을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산업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보다는, 산업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역할이 시장실패 보완이라는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시장을 창조하고 재편성하는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무역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정상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럽대학원(EUI)의 버나드 호크만 교수는 디지털 시장의 개방성과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크만 교수는 “디지털 무역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통해 데이터 관리와 무역 개방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WTO가 디지털 무역의 다양한 규제 체제를 다자적으로 검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역시 “글로벌 가치사슬의 회복력 강화를 위해 복수국 간 이니셔티브와 같은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며 “WTO의 법적 프레임워크에서 복수국 간 이니셔티브를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DI와 브루킹스는 지정학과 국제 권력 구조의 변화, 전환적 혁신 기술의 발전 및 기후변화가 세계화, 산업과 시장, 국제무역 및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질서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공동연구 보고서가 정책 입안자, 학자, 글로벌 커뮤니티가 협력해 새로운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관리하고,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경제를 만드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