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만든 ‘세수추계’ 모델 개선 권고안이 다음 달 중 기획재정부로 전달될 예정이다. 정부가 최근 연달아 빗나간 세수 추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문을 구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IMF의 권고 사항을 오는 9월 초 발표할 내년 세수 전망에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IMF는 현재 한국에 보낼 세수 추계 모델 권고안에 대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IMF 재정국과의 간담회, 4월 기재부 세제실 세수추계 실무진의 미 워싱턴DC 방문에 이어 지난 6월 IMF 세수 담당자의 방한(訪韓) 등 그간 교류의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미국 워싱턴DC 본사 앞 국제통화기금(IMF)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기재부가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의 조언까지 받아보게 된 건 반복되는 세수 예측 실패 때문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가 기정사실화한 지난해 10월 추경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 추계 방식을 IM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컨설팅 받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본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이나 부족했다. 진도율은 85.9%에 불과했다. 올해도 비슷한 조짐이다. 1~5월 국세는 151조원 걷혔다. 예산(367조4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41.1%로, 최근 5년 평균(47%)보다 5%포인트(p) 이상 낮아 ‘세수 조기경보’가 발령됐다.

IMF 권고안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모델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외국 사례 중에서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은 어떤 것인지 등을 분석해 적절한 방안을 권고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세수 전망을 하는 과정에 새 모델을 적용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IMF 측은 이전 면담을 통해 여러 세목 중에서도 특히 ‘법인세’ 예측 모델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내놓은 국회예산정책처도 ‘법인세수는 경기에 보다 민감하게 변동하고 있다’면서 유사한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예정처는 “수익 상위 기업의 재무 정보를 세수 추계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규모별 또는 업종별로 법인세 실효세율이 달리 적용됨에 따라 수익 상위 기업과 그 외 기업을 구분하거나 산업별 또는 업종별로 구분해 전망하는 방안도 보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재부도 최근 내년도 세입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주요 업종별 선도기업의 실무진과 간담회를 열었다. 세수 추계 작업 과정에 개별 기업의 상황을 반영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제도적인 개선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등 전체 법인세 규모를 좌우하는 일부 기업들을 추려 이들에 한해 중간예납 방식을 ‘가결산’으로 통일하는 등 세수 예측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MF의 권고가 세수 추계 정확도 제고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제 관련 전문가는 “IMF는 세수 추계를 직접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믿을 곳이 못 된다”면서 “세수 오류 문제로 설치된 민관 합동 추계위원회 역시 세제실에서 작업을 끝낸 결과물을 사후 검토하는 역할에 그쳐, 외부 자문이 효과적으로 반영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세수 오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인 만큼, 예측보단 ‘대응 수단’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미국 주정부는 경기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적립해, 침체기에 재정 지출에 활용하는 ‘불황대비기금’(RDF·Rainy Day Funds)을 운용하고 있다.

예정처는 “우리도 공공자금관리기금 내 별도 계정을 신설해 초과 세수 또는 세수 결손 발생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