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로또 당첨금 상향 조정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중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당첨금이 20년째 그대로라는 지적이 있어서다. 로또 당첨금이 많아지려면 복권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02년 출범 당시 한 게임당 2000원이었던 로또 구매금은 2004년 8월 1000원으로 인하돼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당시 이월액 등을 합쳐 1명이 가져가는 로또 당첨금이 수백억원에 달하자, 사행성 문제가 제기돼 가격을 낮췄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로또 당첨금·판매액 상향 조정에 대해 의견수렴 기회를 마련할지를 검토 중이다.
◇ 서울 아파트 3억→13억 될 때 1등은 35억→21억원
때아닌 로또 당첨금 이슈가 논란된 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였다.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에서 집 한 채도 못 산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의에 최 부총리가 “공청회 등 방식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한 것이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지만, 복권위도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5기 복권수탁사업자로 국내 복권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동행복권’ 측이 오는 6월 말까지 상품 구조 개편안을 복권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계기로 해당 이슈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의견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 재정포럼 4월호’에 실은 ‘복권(로또 6/45) 가격의 결정’ 보고서를 통해 “재정패널조사 자료와 가정을 사용해 산출한 로또 복권의 적정 가격 수준은 1207원”이라고 주장했다. 즉 로또 판매가를 1게임당 200원가량 올리고, 당첨금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로또 판매가를 올려야 하는 하나의 이유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수익이 올라갔다는 점을 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다운 부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2022년 하반기부터 대부분의 재화·서비스 가격 상승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로또 1등 당첨금액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의 1인당 평균 수령 금액은 2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게임당 2000원이던 시절인 2004년 1월 기준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은 35억3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억원 언저리에서 13억원 수준으로 4배가량이 됐다.
◇ “20년간 당첨금 평준화”… 조심스러운 기재부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기대 수익만 고려할 수는 없다.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의 ‘교정적’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복권의 지나친 소비는 사회의 사행심 조장, 근로의욕 감퇴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현 당첨금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0년 동안 당첨 금액이 (1등 20억원 내외) 거의 일정하게 유지가 됐다”며 “1등이 한 번에 407억원을 수령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던 로또 발행 초창기에 비해 사행성이 많이 약화해, 이제는 건전한 레저 문화로 정착이 됐다고 평가한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 만족도도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 기재부 복권위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복권관련인식’ 조사에 따르면, ‘여러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복권이 있어 좋다’라고 답변한 비율은 81%로 전년(74%) 대비 7%포인트(p) 상승했다.
한편 소비자가 복권 1000원을 구입하면 약 410원은 복권기금으로 쓰인다. 이렇게 한해 약 3조900억원이 조성된다. 복권기금의 35%는 과학기술진흥기금·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 등 10개 법정 배분 기관에 배분되고, 나머지 65%는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지원 사업,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 등 공익사업에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