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에너지·농축산물 수입을 늘려 통상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집필에는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소속 남석모·최준·정영철 과장과 조윤해 조사역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0%에서 지난해 18%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대미 수출액이 310억달러로 집계되면서 대중(對中) 수출액 309달러를 넘어섰다.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어선 것은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남석모 과장은 “대미 수출 호조는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소요 확대에 우리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면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비중이 높은 수준을 지속한 가운데,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미국 수출은 당분간 견조한 미국 소비 여건과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대미 제조업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는 미국과의 기술 교류를 촉진해 중국 중심의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무역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무역제재를 강화한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17~2018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높은 생산비용 구조를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에 따른 중장기적 수출증대 효과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대미 투자 증가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분야에 대한 국내투자가 둔화되고, 해외 인재유출(Brain Drain)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남 과장은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양호한 대미 수출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위험에 주목하면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먼저 통상정책 측면에서는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해외유출 유인을 낮추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