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16일 이마트 세종점에서 수산물 물가를 살피고 있다. /이신혜 기자

최근 정부 부처의 장차관들이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주기적으로 현장을 둘러보거나 일일 물가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장·차관들이 물가안정을 위해 현장점검을 다니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있고, 이달 9일부터는 물가관계차관회의도 열고 있습니다.

19일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박성훈 차관에게는 식품 관련 기업 주가 동향까지 매일 보고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식품 관련 기업 주가도 매일 보고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물가안정대응반’을 구성했고, 현장점검반(6명)과 물가점검반(6명)으로 나눠 이달부터 매일 주요 수산물 물가 현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박 차관이 CJ제일제당(097950)대상(001680) 등 국내 식품 기업의 주가뿐만 아니라 외국 식품 관련 기업 주가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점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앞두고 천일염 값이 치솟자 관련 기업 주가도 상승세를 타는 등 식품업계 주가가 움직인 것처럼 식품 기업 주가를 보면 물가 흐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더불어 박 차관은 천일염의 경우 아침마다 산지가격, 유통가격, 소비자가 등을 보고 받고 주요 수산물에 대해서도 가격은 위판장 가격부터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일 서울에 위치한 한 마트에 같은 크기로 진열된 우유의 용량이 900mL로 표시돼 있다. /뉴스1

해양수산부뿐만 아닙니다. 기재부와 농식품부 역시 농축산물 관련 물가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장바구니 물가 및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유지하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 현상 감시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7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최근 용량 축소 등을 통한 편법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이러한 행위는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이 조용히 용량을 축소하는 행태에 대해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과 실태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물가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고물가가 너무 오래 지속하며 서민 생활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어렵게 잡힌 물가가 다시 튀어오를 경우 금리인상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가 주는 등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갈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에게 물가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실제 효과도 크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장관과 차관이 나서 물가를 관리한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 결국은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더구나 요즘은 안정세로 접어드는 줄 알았던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6%로 올려 잡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시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격 변동 폭을 줄일 방안을 찾고, 불법행위는 찾아내 바로잡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 해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내년에는 고물가 시름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