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딱 3개 남은 공영 탄광이 내달 전남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매년 하나씩 차례로 문을 닫는다. 원자력·가스·태양광 등에 앞서 대한민국의 동력(動力)이 돼줬던 100년 넘는 탄광 역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정부는 재정 절감과 탄광 근로자 안전 등을 이유로 조기 폐광을 결정했다. 에너지 당국은 조기 폐광에 따른 근로자 보상금 지급기준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올해 6월 폐광되는 전남 화순광업소 갱도에서 탄광 근로자들이 석탄 생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대한석탄공사

◇ 6월 화순 탄광부터 폐광 시작

1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조기 폐광 특별위로금 지급기준’을 행정예고했다. 산업부는 “대한석탄공사 조기 폐광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간 합의점이 도출됐고, 석탄 광산 근로자 조기 실직에 대한 보상 차원의 특별위로금이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고 지급기준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위로금 지급기준에 따르면 보상금 규모는 기준급여(기본급의 100% 또는 월평균 임금의 45% 중 선택)에다가 남은 정년을 고려해 산정한다. 여기에 정부는 폐광대책비 중 탄광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돕기 위한 전업 준비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올해 6월 전남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 등 석탄공사가 운영 중인 탄광을 차례로 폐광할 방침이다. 이 중 다음 달 문을 닫는 화순광업소의 근로자 수는 263명이다. 정부는 올해 화순광업소 폐광 관련 예산 167억원을 반영해둔 상태다. 1인당 평균 2억6000만원씩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탄광 근로자들이 채굴한 석탄을 탄차에 적재하고 있다. / 대한석탄공사

◇ 1988년 생산 정점 찍고 내리막길 탄 석탄 산업

올해를 시작으로 2년 후 도계광업소까지 폐광하면 1900년대 초 평양광업소부터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국내 공영 탄광 역사는 마무리된다. 2025년 이후로는 경동그룹이 운영하는 민간 탄광 한 곳만 남는다. 다만 정부는 폐광 이후로도 계속 있을 석탄 수요를 고려해 2050년까지 공급 가능한 재고탄은 비축해둔다는 계획이다. 재고탄은 3개 광업소 내 저장고와 인천·김제·정선에 있는 석탄공사 비축장 등에서 보관한다.

1980년대까지 석탄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제1의 에너지원이었다. ‘오일쇼크’가 터진 1970년대에는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국민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점점 전환하고 환경에 관한 인식도 바뀌면서 석탄의 전성기는 저물었다.

1988년 2430만톤(t)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석탄 생산량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르면 2016년 126만t이던 연탄 수요는 2025년 30만t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기 폐광하지 않더라도 연탄 수요 감소로 2030년이면 국내 모든 탄광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1960년 1월 산탄지를 방문한 기자단이 탄차를 타고 갱도에 들어가고 있다. / 대한석탄공사

◇ 재정 절감·근로자 안전 고려해 조기 폐광 결정

정부가 어차피 사라질 운명인 탄광을 5년 서둘러 조기 폐광하는 건 국가 재정을 절감하고 탄광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석탄은 생산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갱도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생산 원가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시장원리대로라면 연탄 판매 가격도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연탄이 대표적 서민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해 연탄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눌러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매년 3000억원 가까운 국가 예산을 연탄 보조에 투입해왔다. 조기 폐광하면 약 1조원의 나랏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 판단이다.

평생을 광업에 종사해온 근로자가 일자리를 5년 일찍 잃고, 그에 따라 해당 지역 경제도 빨리 가라앉게 될 것이란 사실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산업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폐광 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정부에 상향식으로 요청하면 정부가 이를 검토해 돕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