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임금이 월 259만원인 수도권 중소기업 A사가 30세 근로자 한 명을 추가 고용했다. 작년까지 A사는 이 근로자를 채용해 3년간 총 2527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세액공제액이 4350만원으로 1.7배가량 늘어난다. 정부가 청년 연령 범위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공제액을 상향 조정하는 ‘통합고용세액공제’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 사이 지방으로 둥지를 옮기는 수도권 공장·법인에 대해 최대 10년 동안 소득·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2년 동안에도 50%의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6% 수준이던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올해부터 8%로 상향 조정됐다. 이 수치는 향후 국회 논의를 거쳐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5일 발간했다. 이 책자에는 36개 정부기관(부·처·청·위원회)에서 취합한 249건의 정책이 분야·시기·기관별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1997년부터 매년 2회(1·7월) 정부기관의 달라지는 주요 법·제도 등을 묶어 지자체·공공기관·도서관 등에 비치하고 있다.
◇ 청년 범위 15~34세로 확대해 세제 지원 강화
A사 이야기부터 다시 해보자. 작년까지 시행된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는 청년 범위를 15~29세로 정했다. A사가 30세 근로자를 지난해 고용했다면 이 근로자는 우대 공제 대상인 청년(1100만원)이 아닌 상시근로자 공제액 기준인 700만원(3년=2100만원)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다. 여기에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427만원을 합하면 총 공제액은 2527만원이 된다.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고용증대, 사회보험료, 경력단절여성, 정규직 전환, 육아휴직 복귀자 등 기존 5개 고용지원 제도를 통합한 것이다. 이 신설 제도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청년 연령 범위를 15~34세로 확대했다. 또 청년 정규직 공제액(수도권 중소기업 기준)도 1100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A사가 올해 30세 근로자를 고용한다면 4350만원(1450만원 X 3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우수 인력의 국내 유입 인센티브도 강화됐다. 종합소득세율(6~45%) 대신 단일세율(19%)을 적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단일세율 특례 적용 기간이 기존에는 국내 근무 시작일로부터 5년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이 기간이 20년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우수 외국 인력의 장기 근무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엔지니어링 기술자 등 해외 전문가와 국내로 복귀한 내국인 우수 인력의 소득세를 50% 감면해주는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 수도권→낙후 지방 공장 옮기면 소득·법인세 12년 감면
또 정부는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장·법인에 대해 최대 10년 동안 소득·법인세를 면제한 뒤 추가 2년 동안은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광역시·중규모 도시 내 성장촉진지역, 인구감소지역,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 7년 면제 이후 3년 50% 감면이 이뤄진다.
수도권·지방광역시·중규모도시를 제외한 기타 지역 내 성장촉진지역, 인구감소지역,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이전 시엔 10년 동안 세금 부과가 면제되고, 추가 2년 동안은 50% 감면이 이뤄진다. 이 개정안은 올해 1월 1일~2025년 12월 31일 이전분까지 한시 특례로 적용된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관한 이중과세 시스템도 다듬었다. 기존 제도에서 정부는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을 국내 모회사 소득에 포함해 국내 법인세율로 과세했다. 올해부터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을 모회사 소득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외 자회사 범위도 지분율 2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했다. 기재부는 “기업이 해외에 유보한 소득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6→8%…“15%까지 혜택 강화” 예고
기업의 투자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세 부담 완화책도 올해부터 시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다. 정부는 작년까지 6~10% 수준이던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올해부터 중견기업 혜택 수준인 8~12%로 상향 조정했다. 16nm 이하급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제조 시설, 전기차 이차전지 관련 모듈 제조 시설, 면역 기전을 이용해 항원·핵산 등 인체 질환을 방어하는 물질을 스크리닝하고 제조하는 시설 등이 세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국가전략기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신성장·원천기술과 일반 기술 분야에서는 중견기업 세제 지원을 중소기업의 50% 수준으로 강화했다. 정부는 기존 5~8%이던 중견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9%로 올렸고, 3~6%이던 일반 기술에 대해서는 5~8%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차·수소·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신성장·원천기술에 해당한다.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제 혜택은 추후 더 강화될 수 있다. 시장에서 국가의 반도체 지원 대책이 기대보다 약하다는 비판을 잇따라 제기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세제 지원 추가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3일 국가전략기술의 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두 배가량 추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다시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거대 야당의 반대는 입법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