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의 공제 금액을 물가 상승률과 자산 분포 변화를 고려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년 전에 비해 상속·증여세의 세율 체계와 공제 제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과세 대상은 증가하고 자산 가격은 상승해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의 목적이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상속증여세제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상속증여세제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하고 이같이 분석했다. 권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상속·증여세의 국세 대비 비중이 2010년 1.7%에서 2020년 3.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물가는 오르고 자산 가격도 상승하는데 상속증여세 기준은 2000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상속·증여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2000년에 개편된 이후 지금까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상속·증여세제가 동일한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를 가지며, 최저・최고 세율은 각각 10%, 50%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 구간에는 10%의 세율이 적용되며,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에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공제제도는 2014년과 2016년 일부 개편됐다. 상속세의 경우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일괄공제는 1997년에 개편된 이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고, 인적공제는 2016년 일부 상향조정됐다. 그 외 금융재산상속공제, 재해손실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는 “상속세의 경우, 과거 기준과 유사하게 고자산가에게 과세하기를 원한다면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하라”며 “물가상승률과 자산분포 변화 등을 감안해 과세대상 범위 조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공제금액을 물가 상승률에 연해 조정되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공제금액을 꾸준히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증여세의 경우 “부의 이전을 원활히 하고 공제수준을 현실화 한다는 측면에서 증여세 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하라”며 “미국과 일본처럼 연간 기초 공제제도를 도입하거나 통합 공제제도를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요국에서는 증여세제가 세부담 측면에서 상속세제보다 유리하거나 무차별하게 설계, 부모세대의 부가 자녀세대로 원활하게 이전되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손민균

현재는 상속 또는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이내 모든 증여재산을 합산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한다. 상속의 경우 유산세 방식을 사용하므로 10년 이내 피상속인이 이전한 모든 증여재산을 과세대상 상속재산에 반영한다. 유산세 방식이란 물려주는 사람의 기준으로 그의 유산 전체에 누진율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증여의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을 사용하므로 10년 이내 수증자가 받은 모든 증여재산을 과세대상 증여재산에 포함한다. 유산세 방식과 달리 물려받는 사람이 취득한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방식을 유산세 또는 유산취득세 방식 둘 중 하나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자산이전에 대한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권 연구위원은 “유산세 방식은 세무행정 및 세수 확보의 용이함 등의 장점이 있으나, 피상속인의 관점에서는 이중과세 논란, 상속인 관점에서는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유산취득세의 경우 그는 “과세형평성 문제와 이중과세 논란은 완화될 수 있으나, 모든 상속인・수증인이 이전받은 재산을 추적하는 데 따르는 과세행정 부담과 위장 분할 등 조세회피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