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올해 본격적으로 살아날까. 민간 소비 회복 흐름은 올해 경제 성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가 강할 경우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각종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소비 회복 여부를 둘러싼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백신접종 확대, 코로나 학습효과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3%를 웃도는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 가중, 예상보다 부진한 상반기 세계 경제 회복세 등을 들어 소비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여의도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한은 “코로나 학습효과…소비 점진적 회복”

올해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감염병이 소비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1~3차 대유행 당시에는 소비가 급감했다가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제주체들이 코로나에 적응하면서 4차 대유행부터는 처음부터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정도가 이전보다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그간 민간 소비가 방역강화 초기에 빠르게 위축됐다가 회복되는 흐름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오미크론발(發) 확산기에도 조만간 소비가 저점을 찍고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가계는 코로나 이후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에 향후 소비 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한 또 다른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그 정도가 크지 않지만, 코로나 이후 가계저축이 늘면서 가계소득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상당한 소비 수요가 잠재된 만큼, 향후 방역조치가 완화되면 실제 소비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 부족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의 요인으로 1월에만 17% 급등해 2014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 “인플레이션이 소비 회복 저해” 주장도

반면, 3%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 인상 기조, 오는 3월 대통령 선거와 새 정권 출범에 따른 정치 리스크(위험) 등이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3%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상반기까지 월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연간 물가 상승률도 2.5%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고(高)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새해 들어 들어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효과가 확산되면서 외식비를 포함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올랐는데, 이는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노무라는 “외식비 등 서비스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로 올해 한국의 소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진 점도 민간소비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11월, 올해 1월까지 매번 0.25%포인트(p)씩 총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늘어나는 가계의 연 이자상환 부담은 9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본격적인 긴축을 예고한 상황이라 연말까지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도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1.75%~2%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전례없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인상 시 대출자들은 부채 상환으로 인해 소비여력이 감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