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안은 ‘돈은 내가 쓸테니 다음 정부는 긴축을 하라’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
내년엔 지출 8.3% 늘리고 2023년부터는 5% 안팎으로만 늘리라? 현실성 낮다.
자산 양극화로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세수가 좋았던 것은 ‘재정의 선순환’이라기 보다는 ‘재정정책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 본 예산 대비 19.8%, 2차 추경 대비 7.8% 증가한다고? 정부, 올해 세수 전망도 틀렸었는데, 내년 전망도 또 틀릴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학계의 대표적인 소장 학자인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이같이 총평(總評)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확장된 604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에 이어 임기 5년 동안 연 평균 8.60%씩 나라살림을 늘린 문재인 정부는 차기 정부 임기 2년차인 2023년부터는 예산 증가율을 5% 이하로 줄이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제시했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이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지금대로라면 ‘돈은 내가 쓸테니 다음 정부는 긴축을 하라’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통합재정수지 -3%, 국가채무비율 60%를 넘지 않는 재정준칙을 지킨다는 체면을 세우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운 듯하다”고 분석했다. 기재부가 작년에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 관련 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그렇다면 기재부의 재정준칙은 지켜질 수 있을까? 우 교수는 이 또한 회의적이었다. 재정준칙 준수 전망의 근거인 국세수입 전망치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 본예산 대비 19.8%, 2차 추경 당시 제출한 세입 경정안 대비 7.8% 증가한 338조6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가 전망하는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 3.2%와 차이가 너무 크다. 우 교수는 “국세수입 증가율을 GDP 성장률과 비슷하게 봐야 하는데, 과다하게 추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올해 세수 전망도 틀렸었는데, 내년 전망도 또 틀리겠다”고 지적했다.

정부 재정정책을 뒷받침하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우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 및 거시경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경제학자다. 조선비즈는 우 교수와 2022년 정부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점검하는 인터뷰를 1일 진행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장련성 기자

◇”문 정부, 내년의 3분의 1만 담당하는데 또 확장 재정”

문재인 정부의 특이한 점은 마지막까지도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고, 공약 사업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것. 대개 임기 마지막 해에는 다음 정부를 위해 세입과 세출이 균형을 이룬 재정 상태로 넘겨주는데, 문 정부는 앞선 정부들과 다르다.

한 정권의 5년 임기를 기준으로, 첫해와 마지막해의 예산은 대개 ‘균형 재정(세입과 세출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태의 재정)’으로 편성된다. 취임 초기에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진행하고, 임기 초중반을 지나며 새 정부의 공약 사업의 시행을 위한 ‘적극 재정’ 기조로 운용을 한다. 그러다 임기 마지막에는 다음 정부를 위해 균형 재정으로 맞춰 예산안을 편성해왔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자신들의 색깔을 입힌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자, 관행이다.

하지만 2022년도 예산안에서는 그런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우 교수의 분석이다. 내년에도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 교수는 “내년 1년 동안 중 문재인 정부가 담당하는 기간은 1월~4월로 약 3분의 1 정도이며, 나머지 기간은 새로운 정부가 담당할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펼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코로나19 국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다른 정부들과 비교가 된다”며 “이번 예산안이 그동안의 예산 관행과 새로운 정부를 고려했을 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8.3% 늘렸다. 내년 재정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482조6000억원) 보다 1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공개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한 의견은.

“문재인 정부의 특이한 점은 마지막까지도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고, 공약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코로나 19 국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정부들과 차이가 난다. 한 정권의 임기 내 중기재정계획은 역-유(U)자형으로 그리는 것이 보통이다. 취임 초기에는 이전 정부 것을 이어받아서 진행하다가 초중반을 지나가면서 공약 사업들의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한다. 그러다가 임기 마지막에 와서는 다음 정부를 위해 균형 재정을 맞춰서 재정을 넘겨준다. ”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중기적인 시각에서 재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으로, 당해연도인 2021년을 포함해 5년간 재정 지출의 총량을 결정하는 청사진이다.

-내년 예산에는 총지출이 올해보다 8.3% 증가한다.

“총지출 증가율이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인 4.2%를 크게 상회한다. 내년 문재인 정부가 담당하는 기간은 1월~4월로 1년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머지 기간은 새로운 정부가 담당하게 된다. 무리하게 사업을 펼치는 것은 그동안의 예산 관행과 새로운 정부를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

-2023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5%로 낮추는 것에 대해 기재부는 ‘코로나19 극복 이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의 계획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나.

“현실성이 낮다. 지금대로라면 ‘돈은 내가 쓸테니 다음 정부는 긴축을 하라’는 얘기다. 다음 정부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아직 통과 안 된 재정준칙을 기재부 자체적으로 적용해서 이런 계획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현재 상정하고 있는 재정준칙을 준수하려면 당장 내년 예산부터 적극적으로 긴축을 했어야 했다.”

-향후 5년간 조세부담률이 20%를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이다. 높아지는 조세부담률을 증세 논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으나,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세 부담은 조금씩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환경 관련 세금도 탄소중립이라는 가치 하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도입하는 규제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불가피한 증세다. 다만 탄소 관련 세금이 늘면 법인세를 공제해줄 것이므로, 총 세입이 확 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기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기재부

◇”정부 세수전망, 내년에도 또 틀릴 것”

기재부가 주장하는 ‘재정 선순환의 원년’은 시간 순서대로 보면 그럴듯한 말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재정지출이 늘어난 데 따라 경제가 회복됐고, 그 결과 세수도 늘어나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는 논리인데 인과가 안 맞는다. 성장이 빠른 부분은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분야 또는 수출의 호조세가 있는 곳이고, 재정이 많이 투입된 분야는 아직 회복이 더디다. 자산양극화로 인한 양도소득세 등의 호조 덕도 있어, 오히려 재정정책의 어두운 이면이라 할 수 있겠다.

-기재부가 ‘재정 선순환의 원년’이라고 이번 예산안을 자평했다. 동의하는가.

“절반 정도만. 재정지출이 늘어난 데 따라 경제가 회복됐고, 그 결과 세수도 늘어나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는 논리로 보인다. 시간 순서대로 보면 그럴듯한 말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재정이 많이 쓰인 분야는 아직도 회복이 더디다. 성장이 빠른 부분은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분야 또는 수출의 호조세가 있는 곳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대규모 재정지출의 혜택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세수는 그런 분야에서 많이 나왔고, 나올 것이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서 내년에도 그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올해 세수가 늘어난 것은 증시와 부동산 활황 때문이었다. 적극적 통화·재정 정책으로 가져온 자산 양극화로 인해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거래세 등의 세수가 좋았던 탓이다. 재정의 선순환이라기 보다는 재정정책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하겠다.”

-정부가 제시한 국세수입 증가율은 2차 추경 대비 7.8%, 올해 본예산 대비 19.8%다. 달성 가능할까. 내년 GDP 성장률을 3% 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로 제시한 정부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세수입은 약 4~5% 증가한다는 전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정부의 올해 세수 전망도 틀렸었는데, 내년 전망도 또 틀릴 것이다. 우선 올해 4%대 성장률을 기록한 후 내년에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저 효과 때문이다. 재정 기여를 자신하고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물가상승률 전망도 비현실적이다. 확장 재정을 예고했으니, 돈 푼만큼 더 오를 것이다. 기업 업황에 따라 법인세가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그 증가세가 정체할 가능성도 있다. 총수입 증가율을 GDP 성장률과 비슷하게 봐야 한다. ”

-정부가 증가율을 평가할 때 지출은 작년 본예산 대비 기준으로 보고, 세입은 2차 추경을 기준으로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적절하다고 보나.(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 본예산 대비 19.8%로 증가율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기재부는 “2차 추경을 기준으로 7.8% 증가했으니 이렇게 기사를 써 달라”고 한 바 있다.)

“기준은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수입이든 지출이든, 본예산은 본예산끼리 추경은 추경끼리 비교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본예산끼리 비교하고 추경과 내년 본예산과의 비교는 보조적인 지표로 참고하는 수준으로 활용해야 한다.”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을 바탕으로 재정 투입이 더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코로나 19와 같은 전국민적 재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예산적 제도적 장치가 고려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재난관련 기금을 신설하거나 아니면 기존 기금을 확충해서 매번 추경에만 의지하는 방식을 벗어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반대로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분야는 무엇인가.

“31조3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관련 예산. 일자리 관련 예산이 급증한 것은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안정자금이었다. 지금은 최저임금이 5% 정도로 돌아왔기 때문에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민간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예산 당국이 여전히 재정 일자리 창출에 전력하고 있다.”

◇우석진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를 졸업한 후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일하다, 명지대 사회과학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응용데이터사이언스 등 계량경제학 분야에 능통해 ‘경제분석을 위한 STATA’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다. 한국재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정부의 재정 정책에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소장파 경제학자다. 저서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친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