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의 정부출자기관의 중기배당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6년만에 다시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자기관의 배당금은 정부의 주요 세외 수입원 중 하나다. 확장 재정으로 세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각 기관의 배당 성향이 상향 조정돼 정부가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출자기관은 자본금의 일부를 정부가 출자한 기관이나 재산의 일부가 정부에 귀속된 기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대표적으로, 매년 정부에 일정 수준의 배당금을 수납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정부 출자 공기업들이 향후 5년 동안 상향 조정된 배당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정부출자기관이 기존에 했던 배당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중기배당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2014년 2015~2020년의 배당계획을 세웠는데, 그 이후 6년만에 새로 중기배당계획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서울시립대 산학연구단에 정부출자기관의 중기배당계획을 세우기 위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보고서는 중간 보고를 거쳐 오는 10월에 기재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포함될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 배당 당사자인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설문 조사, 해외 사례 등의 자료를 토대로 중기배당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중기배당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정부출자기관들이 중기배당계획을 참고해 정부에 내야한 배당금 수납 규모를 예측해볼 수 있어, 이를 토대로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또한 중기배당계획을 참고해 ‘정부출자수입’ 예산 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정부가 중기배당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예고한만큼, 출자기관의 배당성향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매년 각 정부출자기관이 제출한 배당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배당협의체에서 배당액을 결정해 수납하게 한다. 기관의 당기순이익, 재무건전성, 배당여력, 자체수입 확보여력, 사회적 책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개별 기관의 배당성향이 정해진다.

연도별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목표 및 실적 현황./국회 예산정책처

정부는 2014년에 발표한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정부배당정책방향’에서 해외 주요국 공기업 배당수준을 고려해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중기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 실적은 ▲2015년 26.13% ▲2016년 30.25% ▲2017년 31.89% ▲2018년 34.98%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9년 들어 32.48%로 전년보다 배당성향이 낮아졌고, 2020년에도 32.58%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당초 중기배당계획에서 2019년과 2020년의 배당성향 목표치는 각각 37%, 40%였지만,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배당을 받은 것이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4.52%P, 7.42%P씩 목표치에 모자랐다. 2019년 당시 출자공공기관의 기업 구조조정, 혁신성장투자, 환경안전투자, 수출경쟁력 강화 등 경제활력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금 규모를 축소 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2020회계연도 기준 정부출자기관은 총 39개다. 정부는 이 중 22개 기관에 대해 총 1조4040억원의 출자 배당금을 받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994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920억원, 중소기업은행(IBK)이 1662억원, 산업은행이 1120억원으로 금액 기준 상위 배당 기관이었다.

하지만, 2021년 들어 다시 정부출자기관의 배당 성향이 높아졌다. 올해 정부출자기관 배당 결과는 별도의 중기배당정책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올해 5월 14일에 공표됐다. 2021년 정부배당금은 총 1조4396억원으로 전년대비 356억원 증가, 평균 배당성향은 36.92%로 전년 대비 4.34%P 올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고령화 저출생으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이상 배당 성향 목표치는 4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배당수입 추이./기획재정부

이 때문에 2022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배당지침에서는 현재보다 배당성향이 상당폭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동안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채무 등이 급증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입원 관리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국전력(015760)기업은행(024110)한국가스공사(036460)지역난방공사(071320) 등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도 배당성향 목표치 상향 조정의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참에 출자기관에 대한 정부 배당 정책 관리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령에 주기적으로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중기배당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재부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5년짜리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워 정부 수입과 지출 규모가 계획에서 과도하게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하듯, 중기배당계획 수립을 통해 배당금 수납 계획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2020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를 통해 “출자공공기관의 예측가능성 및 정부출자수입 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배당성향 목표를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자공공기관의 경기 대응력 강화와 안정적인 재정수입 확보 등의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중기배당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