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신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일선 공무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의를 가지고 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 공직 풍토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또 공직자의 필수 자세로 ‘청렴’을 강조하면서 “돈은 마귀”라고도 했다.
◇盧 이후 20년만, 대통령이 직접 강연
이 대통령은 이날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 대상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어느 날부터 (공무원이) 실패하면 ‘너 왜 그렇게 결정했냐’며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면서 “이러니 공직자가 의무적으로 주어진 일 외에 책임질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선의를 갖고 한 일에 대해선 다른 목적으로 사후 책임을 묻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도도 바꾸고 풍토도 바꾸겠다”라고 했다. 또 “공직자의 선택과 결정 단계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사후에 ‘그보다 더 나은 결정이 있었다’며 책임을 묻고 평가하게 되면, 공직자에게 신이 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난 부패한 사람으로 음해 당해… 돈은 마귀"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주제는 ‘청렴’이었다. 이 대통령은 “나는 부패한 사람으로 온갖 음해와 공격을 당해서 ‘저 사람 뭐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저는 정말 치열하게 제 삶을 관리해왔다”라면서 “돈은 마귀”라고 했다. 현재 재판 중인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성남시절 재임 당시 경험도 상세히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성남시장 때부터 수없이 한 얘기인데 ‘돈은 마귀’다”라면서 “이 마귀는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라고 했다. 선의를 이유로 식사나 차, 술 자리, 골프 등 접대를 거쳐 결국 대가성 돈이 오가고, 결국 범법자가 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선물을 잔뜩 받으면 내성이 생겼다가, 어느 날 보면 상대방이 그걸 장부에 다 써놓았다는 걸 알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아예 문제될 일을 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업자는 만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안전하다”면서 “돈은 그렇게 무서운거니까 ‘마귀’라고 생각하고, 조심하면 인생이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주가 오른 것”
공직자의 선택 기준으로는 ▲방향 ▲성실함 ▲테크닉(역량)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제가 공직자를 선택할 때 쓰는 기준은 ‘방향’”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데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쓰면 나라 망할 일이다. 그래서 방향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국무회의 때마다 강조하는 ‘5200만의 삶’도 재차 언급하면서 “여러분이 눈도 깜짝 않고 까딱하는 손가락에 많은 사람의 삶이 달려있다. 그래서 여러분의 마음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공무원 인사 방식도 소개했다. 승진 규모를 공개한 뒤, 조직원들에게 ‘승진시키고 싶은 동료’ ‘승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동료’ 순위를 받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승진시키고 싶은 동료, 이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을 1~15등까지 매기면, 거의 1~5등 순서가 비슷했다”면서 “거기에 따라서 하니 공무원 인사를 하면서 크게 욕을 먹지 않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여 지난 시점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질문에 “주가가 많이 오른 것 정도”라고 답했다. 또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란 물음에는 “중요한 질문이고 앞으로 많이 맞닥뜨릴 것”이라면서 “저는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이다. 모르는 것 같지만, 안 보고 안 듣는 것 같지만 국민은 다 보고 듣고 있다. 물론 정보 왜곡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 다 제자리로 간다고 믿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