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6·27 가계대출 규제가 일단은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규제 발표 후 1주일(6월30일~7월3일)간 서울 지역 은행권 일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청액은 3500억원 수준으로 규제 발표 일주일 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서울 주택 거래량도 반토막났다.

이번 규제로 ‘집값을 잡았다’고 자축하긴 이르다.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28번의 부동산 대책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6개월이었다. 대부분 한두달 소강 상태를 지나 다시 시장이 펄펄 끓기를 반복했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요인은 도처에 널렸다.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부동산 가격을 올릴 판을 깔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더러 6억원 대출 제한 규제가 왜 국민의 분노를 사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선 서울 아파트는 더이상 갚을 수 있는 만큼 돈을 빌려서 살 수 없다. 2016년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5억3300만원이었다. 신혼부부가 1억~2억원의 자본으로 2억~3억원을 대출받으면 서울 중하급지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이후 이자만 갚으면서 한두푼 모아 몇년 후 평수를 늘리거나, 중상급지로 이사하는 것이 오랜 기간 한국 주거 사다리의 전형이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16억원을 넘었다. 10년 새 평균 매매가가 11억원 올랐는데, 평범한 가정의 소득이 이만큼 올랐을 리 만무하다.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아니라 영끌을 해야만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든 것이 문제다.

이 주거 사다리의 첫 발판을 부순 것이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온갖 잡술을 부렸다가 가격 폭등만 불렀다. 국민을 영끌로 내몬 장본인들이 다시 정권을 잡자마자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려 집을 사라’며 대출을 틀어막으니 국민의 분노만 사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역행하는 정책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는 것 같다. 이재명 정부는 연일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까지 꾸렸다. 코스피가 5000을 간다고 가정했을 때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관 관계는 오랜 연구에서 증명됐다. 2020년과 2021년 코스피는 각각 30.6%와 3.63%씩 올랐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9.1%와 18.0% 가량 증가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다. 코스피가 53% 가량 상승했던 2005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6.9% 상승했다. 한국에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투자로 번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주식 수익을 다시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에 가깝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민생 회복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15만∼55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12조1709억원을 편성했다. 시장에 12조원을 풀고 코스피 5000을 약속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길 기대하나. 수도꼭지는 잠그고 물대포로 물을 뿌리면서 바가지에 물이 넘치지 않길 바라는 격이다.

끝으로 여전히 규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부동산은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욕망이 투영된 시장이다. 이런 시장을 규제라는 일차 방정식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처참히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준 교훈은 있다. 정부 규제를 피해 어떻게든 돈을 끌어모아 부동산을 산 사람들. 노골적인 악마화와 세금 폭탄을 버티고 집을 팔지 않은 다주택자들. 결국 이들은 수십억 자산가가 됐다. 반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은 시쳇말로 ‘벼락 거지’로 전락했다.

지금의 부동산 영끌 투자는 당장 이 거대한 흐름에 오르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가 된다는 불안감의 발로다. 파격적인 공급 대책이 없는 규제 일변도 정책은 이런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 오히려 불안 심리가 규제를 무력화한다. 문재인 정부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 국민들은 고작 규제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약속했던 부동산 공급 대책 대신 규제부터 꺼내들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거니와 이번 대책을 ‘맛보기’ 운운하며 더 큰 규제를 예고하니 걱정이 앞선다. 이런 겁박은 문재인 정부도 스무번 넘게 반복했고, 결국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또다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반복하면 미래 세대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미안해서 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