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의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그가 윤활유를 뿌리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고용노동부는 공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22년 SPC 계열 SPL 평택 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교반기(고체, 액체, 기체 등을 서로 섞거나 휘젓기 위해 쓰이는 기구)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2023년 8월 샤니 성남 공장에서는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배가 끼어 숨졌다. 평택과 성남, 시흥까지 SPC 제빵공장에서 최근 3년 새 사망 사고가 세 건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 사고 후 SPC 측은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해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해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식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공식 입장은 아니더라도 무책임함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저 외부 비판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는 리스크 방관형 대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SPC의 반복된 산재 사고는 단순한 불운이나 개별 관리자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풀무원 등 유사한 생산설비와 인력을 보유한 식품 대기업에서는 이처럼 연속적인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없다.
이는 SPC의 사업장 안전관리 시스템, 하청 구조, 노동 감시체계가 업계 평균 이하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더구나 SPC는 2022년 평택 SPL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
문제는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다. 시스템이 사고를 만든다. 사망사고가 매년, 공장만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구조적으로 고장 난 조직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고장 난 건 기계가 아니라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그리고 책임 회피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기업의 작동 원리다.
하청 구조는 책임을 분산시키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비용으로만 인식된다. 내부 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처벌은 솜방망이다. 이윤 중심의 경영 구조 속에서 생명은 매출보다 우선순위가 밀린다. 그래서 사고는 반복된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는 공식 사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결국 거짓말이라는 게 목숨값으로 증명된다.
공식 사과문에서 SPC는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를 드린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도 밝혔다. 생명을 잃은 현장에 필요한 건 유감 표명이 아니라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이다. 안전 센서 전면 도입, 야간 단독 근무 금지, 사고 시 임원 책임제 도입 등 실질적 조치 없이는 사과는 유명무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