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서 자동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는 ‘스쿨존’ 제도는 여러 나라가 시행하고 있다. 통학길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 운영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는 스쿨존 자동차 운행 속도 제한을 하루 세 차례 적용한다. 등교 시간, 점심시간과 하교 시간에 각각 1시간~2시간 30분 동안 시속 40㎞ 이하 운행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시간대에는 점멸 신호등을 작동해 운전자가 스쿨존 속도 제한 적용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스쿨존은 등하교 시간에 30분씩 운영된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시도 스쿨존을 등하교 시간에만 운영하면서 최고 속도를 시속 15마일(24㎞)로 규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들의 스쿨존은 공통점이 있다. 하루 종일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은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하교 시간에 집중적으로 스쿨존을 운영해도 어린이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경험에 근거한 정책 집행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스쿨존 자동차 운행 속도 제한을 연중무휴, 하루 종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는 휴일, 학생들이 통학하지 않는 늦은 밤과 이른 새벽에도 시속 30㎞ 속도 제한을 적용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런 식의 규제가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스쿨존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 안전 확보와 시민 이동권 보장을 모두 만족시킬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전국 스쿨존에서 5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22년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심야 시간에만 제한 속도를 시속 50㎞로 높여줬더니 3개월간 사고도 없었고, 운전자 민원도 줄었다고 한다.
규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으로 써야 하는 수단이다. ‘휴일 새벽 4시 학교 앞 시속 30㎞ 단속’과 같은 일률적 규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