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억원 규모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발생한 대부업체 PS파이낸셜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금융감독원의 1차 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발표됐는데, 폰지사기 가담자 371명 중 134명이 보험 설계사로 드러났다. 사기 가담자 다수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자신을 금융·재무설계 전문가로 홍보하며 ‘재테크 스터디’를 모집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회초년생 등에게 PS파이낸셜 투자를 권유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투자를 권유한 보험 설계사 스스로 이러한 영업이 불법임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액의 수수료를 받기 위해 눈을 감고 투자를 권유했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과도한 수익률 보장과 투자상품의 실체 불분명, 개인 계좌로 투자금 송금 등 불법영업이 충분히 의심됨에도 수수료 수취를 위해 유사수신을 지속했다”고 했다.
사실 PS파이낸셜의 폰지사기는 교묘하게 기획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부업체 PS파이낸셜은 피해자에게 투자금을 받으면 이를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고 받은 이자를 투자자들과 나눠 가졌다. 대출을 해줬으니 대출채권을 보유한 것이 되고, PS파이낸셜은 이 대출채권에 QS·RS와 같은 이름을 붙여 투자 상품인 것처럼 둔갑해 판매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피해자들은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생각하고 모아 둔 종잣돈을 입금했다.
대부업체가 채권을 판매하는 상식 밖의 영업이 제지 없이 여러 해 이어진 것은 금융사기에 대한 감시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보험 설계사가 PS파이낸셜의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감원과 PS파이낸셜 감독 주체인 강남구청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기관들은 영업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4년 동안 점검하지 않은 대부업체 600곳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제재 이력이 있는 보험 설계사를 위촉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최근에야 만들었다. 감시와 제재가 한층 강화됐지만, 유사한 금융사기는 또 벌어질 것이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음주 운전 교통사고가 매년 1만건 이상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금융사기를 예방할 법과 제도,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한탕’을 위해 사기를 저지르는 사람은 존재해 왔다. 국가가 금융사기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리라 기대하는 것보다, 스스로 금융 지식을 쌓아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