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 이미지(CI) 발표 행사장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통합 계획에 못을 박았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쳐 ‘통합 진에어’로 만들 계획이다.
에어부산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부산 지역사회는 통합 진에어 계획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사회와 함께 출발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2008년 에어부산 설립 당시 부산 지역 기업이 일부 출자에 참여했고 2022년 코로나19로 재무 상황이 나빠졌을 때 부산시가 유상증자로 126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오는 2029년 개항 목표인 가덕도 신공항에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한데, 에어부산이 없으면 지역경제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한다. 부산 지역사회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통합 진에어 본사 부산 유치, 독자 항공사 설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작년 말 기준 부산시, 부산 지역 기업이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은 약 16%다.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42%, 나머지는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주식회사 주주는 주식 수만큼 발언권을 가진다. 부산시와 부산 상공인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등을 결정한 권한은 없다.
항공산업은 정치권의 개입으로 왜곡이 심하게 이뤄진 산업 중 하나다. 한국엔 15개 공항이 있는데,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선거철마다 공항 유치 공약이 나온 영향이다. 흑자 공항이 번 돈으로 만성 적자 공항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 논리에 따라 난립한 LCC도 문제다. 국내 LCC는 총 9곳인데, 미국(9곳)과 함께 LCC 사업자 수 세계 1위로 꼽힌다. 지역 거점 항공사가 됐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는 곳도 있다. 2016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설립된 플라이강원이 대표적이다. 적자로 세금 수백억원이 투입됐지만, 결국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유스카이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에어필립(무안) 등 아예 사라진 항공사도 있다.
정치권에선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소멸 방지를 이유로 새로운 공항 건립과 LCC 유치를 주장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소멸 방지는 필요하지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빠졌다. 적자 공항과 항공사엔 세금이 투입된다. 경제는 수요, 공급 논리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항공산업이 발전하려면 정치권부터 빠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