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공지능(AI) 국가대표 선발’ 발표를 듣고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취재하자 복수의 IT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번 정부 정책이 국내 AI 산업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AI 인력 부족이다.

이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고용노동부는 신기술 분야 인력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AI 분야의 경우 오는 2027년까지 6만6100명의 수요가 필요하지만, 1만2800명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초·중급 인력은 수요보다 3800명이 더 공급되지만,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 연구개발(R&D)의 경우 수요(2만1500명)의 23%만 배출돼 1만6600명이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AI 인력 확보를 가로막는 건 낮은 처우가 꼽힌다. 실제 해외의 경우 박사급 AI 연구원 초봉이 지난해 기준으로 12억원 수준인 것에 비해 한국은 2억원 안팎에 그친다. 낮은 보상에 부족한 연구 인프라와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국내 AI 연구원들의 꿈을 접게 만든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 40%가 해외로 나간 바 있다.

해외의 경우 어떨까. 글로벌 AI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바이트댄스 등 중국 IT 대기업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약 150명의 S급 R&D 인재를 확보했고, 이들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AI 기술을 극대화했다. 중국은 내년 중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박사 인력만 8만명을 배출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AI 인력 양성을 ‘서바이벌 오디션’ 정도로 여기는 사이 답답한 기업들이 먼저 나섰다. KT는 이달 안으로 300명 규모의 ‘AX 딜리버리 전문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AX 사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조직이다. KT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AX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세계는 AI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바야흐로 AI를 전략물자라고 부르는 시대다.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인력은 AI 인재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력과 국부를 책임질 AI 인력 부족은 뼈아픈 현실이다.

미국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1948년 ‘구성의 오류’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구성의 오류란 개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전체로 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절약의 역설이 대표적 사례다.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절약을 늘리면 부유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절약을 하면 총수요가 감소해 국가 전체 관점에서는 해악이 될 수 있다.

국내 AI 인력 시장은 구성의 오류가 심각하다. AI 인재들이 개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선택하면서 국가의 전체적인 AI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성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왜곡된 보상 체계를 시정하고 인재가 시급한 곳에 당근책을 제시해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AI 국가대표 선발’과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고급 AI 인재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중장기적인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