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마라탕에서 벌레 수십여 마리를 발견했다는 글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마라탕 업체는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각각 리뷰가 8000개에 육박한다. 주문량이 많을수록 평점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업체는 배달의민족에선 별점 5점, 쿠팡이츠에서는 별점 4.9점을 기록했다. 해당 업체는 한 해충방제업체에 가입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이 사례 하나만 봐도 배달앱의 맹점이 몇 가지 드러난다. 우선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할 때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배달앱의 평점과 후기를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마라탕 업체처럼 주문량도 많고 별점도 높은 경우가 부지기수인 탓이다.
많은 점주는 별점과 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주들은 주문자들에게 서비스를 줄 테니 별점 5점을 남겨달라고 한다. 이 마라탕 업체 점주도 콜라, 어묵, 만두 등 서비스를 줄 테니 별점 5점과 앱 내 즐겨찾기(찜) 목록에 추가해달라고 했다. 평점은 물론 후기 개수와 내용이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이 쓴 후기’라는 표시가 있으면 좋겠지만, 배달앱에는 그런 장치는 없다. 평점 역시 이벤트 참여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괄 합산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점주 마음에 들지 않는 부정적인 후기가 작성됐을 때 점주가 배달앱 측에 요청해 해당 후기를 블라인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주가 블라인드 요청을 하면 해당 후기는 1개월 동안 노출되지 않고, 1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작성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삭제되거나 복원된다. 그런데 후기가 복원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한 달 사이 다른 후기가 쌓이기 때문에, 복원된 후기는 사실상 노출되기 어려운 탓이다.
심지어 위 마라탕 업체 사례의 경우 주문자가 작성했던 리뷰가 본인 동의도 없이 삭제됐다. 주문자가 음식에서 벌레를 발견한 뒤 쿠팡이츠에 전화하자 쿠팡이츠 측에서 환불 조치를 했는데, 환불을 받은 경우에는 리뷰를 남길 수 없는 탓이었다.
배달앱 후기로 인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동안 논란은 악성 리뷰를 남기는 주문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점주들의 생존이 간절한 상황에서 장난으로 별점 테러를 하거나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후기를 남기는 주문자가 있었던 탓이다. 문제는 배달앱이 점주 보호를 우선하는 동안 소비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는 하나둘 사라졌다는 점이다.
배달앱이 부정적인 후기를 가리고 삭제하는 대신, 부정적인 후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리는 데 공들여왔다면 배달 문화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졌을 것이다. 마라탕 사건 관련 주문자가 남긴 리뷰와 점주가 남긴 댓글은 캡처본으로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점주는 “그동안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까 봐 위생에 신경 쓰면서 정직하게 영업해 왔다”며 “(주문자가 악성 댓글로)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게 목적인 것 같다. 법적 조치를 통해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적었다.
누구의 주장이 진실이든 간에 맘 편히 마라탕 한 그릇 사 먹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가 됐다. 반면 해외 배달앱들은 신뢰할 수 있는 후기를 남기기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버이츠는 고객이 식당을 평가하듯 식당도 고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배달앱인 그럽허브는 다중 계정을 통한 리뷰 조작 방지를 위해 IP 추적을 한다. 영국 딜리버루는 주문자 피드백을 반영해 반복되는 불만 사항은 점주들에게 시정을 요구한다. 중국 메이투안은 주문자의 신뢰도에 따라 후기에 가중치를 두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배달 생태계에서 소비자가 소외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배달앱과 프랜차이즈들이 배달 수수료 관련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동안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이라는 유탄을 맞았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믿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마음 편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배달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