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곳곳의 집회 현장에서 ‘탄핵 반대’ 시민과 ‘탄핵 찬성’ 시민을 두루 만나게 된다. 두 계층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는 그런 주장의 출처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60대 남성은 “중국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해 빨XX를 다 당선시켰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부 기관 출신 유튜버가 다 말했다. 공부 좀 해라”고 말했다.
여의도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 50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엄은 죄 없고 불쌍한 이재명 대표를 죽이기 위해 발동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 정리된 내용이 있다”며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을 보여줬다.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 많은 유튜브였다.
유튜브는 팩트나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미디어가 아니다. 이용자의 성향을 반영하는 알고리즘이 결국 이용자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한쪽으로 쏠린 주장이 담긴 유튜브 채널에 한번 접속하면 그다음부터는 비슷한 내용의 유튜브 채널이 집중적으로 추천된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으로 걸러준 특정 정보 안에 이용자가 갇히는 ‘필터 버블’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자신이 유튜브에서 접한 내용만이 옳다고 착각하는 ‘확증 편향’에 빠지게 된다. 이런 식의 ‘유튜브 중독’에 빠진 시민들이 집단화하면서 정치적·사회적 극단주의를 형성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는 4704만명, 이들의 1인당 한달 평균 이용 시간은 47시간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이용자(4392만명), 한달 평균 이용 시간(8시간)보다 훨씬 많다. 최믿음 동덕여대 교수는 “정보 유통 중심이 지면에서 포털로, 다시 유튜브로 옮겨갈수록 확증 편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다. 각자가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균형 잡힌 사고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게 올바른 민주주의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를 유튜브 알고리즘에 맡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