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자율기계 시대가 오고 있다. 단순히 먼지를 흡입하여 사람이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던 청소기가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분에 스스로 판단하여 필요한 곳을 찾아가며 청소를 수행하는 자율형 로봇청소기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리 정해진 규칙이나 사용자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타율(他律)기계’에서 벗어나, 주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다양한 ‘자율(自律)기계’가 우리 생활 곳곳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기계 시대를 맞이하여 기계공학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필자는 기계공학 발전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기계공학이 다루는 기계란 힘을 운동으로 바꾸거나 운동을 힘으로 변환하는 ‘운동 장치’를 의미한다. 자명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러한 장치가 작동하려면 반드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동물이나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으나,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식이 주류가 되었다.
열에너지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은 기계공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기계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열로부터 효율적으로 얻으려면 기존의 동물이나 자연에서 얻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기계공학자들은 에너지원과 운동 장치를 동시에 연구해야 했으며, ‘운동 장치’ 자체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했다.
자동차의 예를 들어보자. 마차를 끌던 말의 네 다리를 단순히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구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를 고안하여 자동차라는 혁신적인 이동수단을 창조해냈다. 이 과정에서 기계공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역학(운동 장치의 작동원리를 다루는 학문)’에 한정되었던 연구범위를 열공학으로 확장하여 이전에는 기계공학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열에너지를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융합적인 접근은 새로운 기계공학의 탄생을 이끌어냈으며, 이로 인해 오늘날의 고성능·고효율의 자동차가 가능해졌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융합적 기계공학의 탄생이 자연스럽게 더욱더 새로운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제트엔진 추진 비행기를 들 수 있다. 비행기는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이지만, 만약 새의 날개짓 추진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여 단순히 날개짓을 더 빠르게 하고자 했다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초음속 비행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새의 날개짓 추진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제트엔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추진 방식을 창의적으로 고안해낸 덕분이다. 기계공학자들이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열공학이 융합된 기계공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지금 기계공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혁신적인 자율기계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 구체적인 모습이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필자는 기계공학이 인공지능 기술과 완전히 융합되도록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기계공학은 역학·열역학 등 기본 학문이 중심인데, 이 학문에 몇몇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 열공학이 기계공학의 한 축으로 융합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이 기계공학과 깊이 융합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대문명을 이끌었던 자동차나 제트 비행기와 같은 획기적인 미래의 혁신적인 자율기계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세계적으로도 기계공학이 이런 대전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계공학이 자율기계 시대의 혁신의 중심에 서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이 강한 나라이다. 만약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인공지능기술을 기계공학에 융합하고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제조업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된 기계공학 교육체계에서 우리나라의 기계공학도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한다면, 그들이 어떤 혁신적인 자율기계를 만들어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미래의 기계공학도여, 필자의 이 설렘을 놀라운 현실로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