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옌타이 펑라이 국제공항은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면, 막대한 손실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개항 당시 연간 여객 1000만명을 호언장담했던 이 공항은 불과 몇 년 뒤 이 같은 목표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음을 증명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실제 이용객은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 750만명에 불과했고, 국제선 노선은 12개에서 5개로 급감했다.
부실한 인프라와 떨어지는 접근성은 공항을 만성적인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지역 발전 명분과 중국 지방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떠밀려 급조된 프로젝트의 참담한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부산 앞바다에 추진되는 가덕도 신공항은 옌타이 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감히 확신할 수 있을까.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이라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안전성 논란이라는 근본적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경제성 평가의 보루인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13조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포기하고 사업 참여를 접을 정도로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 난이도와 안전성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250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심층적인 기술검토를 진행한 결과 ‘치명적 항공사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토부와 부산시는 오히려 사업을 정상적으로 포기한 현대건설에 책임을 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가덕도와 부산 도심을 잇는 교통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덕도신공항이 개항된다면, 경제적 효과 역시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십조원의 세금이 투입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 확장 등 더 효율적인 대안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지역 숙원’이라는 정치적 논리에 압도된 것이다.
가덕도의 지형적 특성은 단순한 난공사를 넘어 항공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양성 기후와 산악지대에 인접한 환경은 잦은 강풍과 해무를 동반하며 항공기 운항의 안정성을 저해한다. 일본 간사이 공항의 지반 침하 사례도 가덕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간사이 공항은 매년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에도, 장기적으로 침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더 거친 해역에 위치한 가덕도 역시 간사이공항과 유사한 지반 침하 및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첨단 공법이 적용되더라도, 대규모 해상 매립 사업에서의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항공기 조종사들도 가덕도 신공항의 위험성에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김해, 사천 공항 및 진해 해군 비행장과의 관제권 중첩으로 인한 잠재적 충돌 위험, 그리고 가덕도 특유의 강풍, 잦은 해무, 대형 바닷새로 인한 조류 충돌 위험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한반도 내 기존 항공로가 이미 포화 상태임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공항 건설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670여 명에 달하는 가덕도 섬 주민들이 ‘이주 난민’이 될 처지에 놓이는 사회적 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중국과 일본의 공항 실패 사례는 단순한 교훈을 넘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중요한 경고음이다. 옌타이 공항이 정치적 이유로 급하게 공항을 건설하고 적자와 낮은 이용률에 시달렸듯, 가덕도 신공항 또한 정치적 셈법의 영향을 받은 상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존폐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이 프로젝트가 순수한 국가 발전 동력이라기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우되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되었음을 방증한다.
정치인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통해 지역에 표를 구걸하고,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항은 특정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다. 그 정치적 결정의 대가는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와, 항공 안전 문제로 인한 위험까지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이 같은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아직까지 가덕도 신공항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건설사들도 냉철한 이성과 현실적 판단을 할 시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항하더라도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한 부실공사 이슈와 항공 안전 문제로 인한 청구서가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에 언제든 날아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