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의 일이다. 유통부에서 일하던 당시, A후배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한 기사를 썼다.
백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과 함께 추진한 ‘예산 프로젝트’ 과정에서,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을 활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예덕학원은 4억 원을 들여 상가를 매입했고, 예산군은 약 40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인들을 이 상가에 입주시켰다. 그 결과, 예덕학원은 매달 260만 원의 임대 수익을 얻게 됐다.
프로젝트 성공 시 지역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상인들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재정난으로 법정부담금 납부율이 낮았던 예덕학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생긴 셈이었다.
이 과정은 백 대표의 콘텐츠 회사 티엠씨엔터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로도 제작돼 수익을 냈다. 수십 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예산 프로젝트에서 백 대표는 이중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제기할 만한 문제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후였다. 기사가 나간 직후, 백 대표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한테 왜 찬물을 끼얹느냐”, “백종원 대표가 억울해하더라”는 항의성 말들과 함께 기사를 문제 삼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해당 기자에게는 욕설이 담긴 악성 댓글과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그때 나는 실감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은 기자들이 비판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구나. 그 이후로 그의 행보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 괜히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쯤 지난 작년 말, 이번에는 B후배가 백 대표의 지역 축제 수주 실태를 짚는 기사를 썼다. 최근 3년간 백 대표가 사실상 지역 축제들을 싹쓸이하며 1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지자체 취재 과정에서 백 대표가 수의계약으로 받은 금액(3억~6억 원)을 확인했고, 더본코리아(475560)가 밝힌 축제 계약 건수를 곱해 산출한 수치였다.
사실 중앙정부라면 특정 기획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일이 드물다. 이해관계와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각자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어떤 업체에 일을 맡기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백종원 모시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B후배의 기사는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다. 능력 있는 상권 기획자라는 백 대표의 역량은 인정하되, 공공 영역에서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구조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지역 축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역 상권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인기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 또한 후폭풍이 컸다. 백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짜뉴스와 싸우겠다”며 ‘더본뉴스’를 만들었다고 선언했고, “100억 원을 벌었으면 우리 회사 주가가 이렇게 떨어졌겠냐”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후 B후배 역시 온라인상에서 악성 댓글과 메일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백 대표의 해명과 실제는 달랐다. 3개월 후 더본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역 축제와 시장 활성화 등 지역개발 사업을 통해 3년간 80건의 지자체 용역을 수주했고, 9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사에서 지적한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이 두 사건을 돌아보며, 나는 이제는 ‘백종원’이라는 이름에 따라붙는 성역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낀다. 선의로 시작된 프로젝트일지라도, 과정과 결과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반드시 검증받아야 한다.
더욱이 공공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는 민간 인물일수록 언론의 비판은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비판은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이를 감당하는 몫은 고스란히 취재 기자들에게 돌아왔다.
백종원 대표가 지역경제에 기여해온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여’가 곧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신뢰는 결국 그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문득 6년여 전 그와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대학 입학 전 중고차 딜러로 일하던 그는 차 정보를 잘못 알고 팔았다가 고객에게 뺨을 맞았다. ‘포장’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던 그는 그 일로 신뢰의 무게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신뢰는 쌓기 어렵고,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지금은 19살 백종원이 깨달았던 그 초심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