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오를까? 조선비즈가 이달 초 10인의 부동산 전문가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0인 모두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의 말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떨어지기보단 오를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구 수는 500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서울 지역 분양 예정 물량은 2만5000가구지만, 치솟은 공사비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시 풀었다가 강남 지역 집값이 급등하자 재지정한 토지거래허가제 사태에서 봤듯이, 억눌려 있던 집값은 언제든지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럼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것을 가정해 보고 이야기해 보자. 서울 아파트값이 과거 문재인 정부 5년처럼 두 배(2017년부터 2021년까지 81% 상승) 가까이 오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첫째, 단기적으로는 투기적 수요 증가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외부 요인으로 시장은 언제든지 얼어붙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57조원 넘게 증가했다. 급격히 늘어난 대출 상환 부담은 가계에 재정적 부담이 되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둘째, 세대·계층 간 경제적 불평등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온 청년 세대와 취약 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전세난과 임대료 상승은 주거 불안을 더욱 심화시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져 무기력감에 빠진 2030세대는 노동 의욕을 잃고, 코인과 미국증시 레버리지 투자에 등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집값 상승은 젊은 세대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했으며, 이는 결국 사회적 불안을 초래했다. 이 시기 등장한 것이 빚투족(빚내서 투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이다.

셋째,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청년층은 비싼 전월세를 감당하다가 결국 결혼, 출산, 자녀 양육 등 삶의 중요한 결정을 미루게 만든다. 국토연구원은 집값이 1% 오르면 합계출산율이 0.014명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연착륙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실 서울 아파트값이 연착륙할 기회를 놓친 건 문재인 정부의 무능은 물론 윤석열 정부 탓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부동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권 초부터 수도권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청약 규제 완화 등이 그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조정을 받아야 할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 같은 부양 카드로 인해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 정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사업을 크게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건설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공공사업을 크게 늘려 주택 공급이나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경기 부양 카드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1.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나 진보 어느 쪽이 집권하든지 새 정부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한 번 더 부동산 부양 카드를 다시 꺼내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을 올려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술 산업에 투자돼야 할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에 쏠리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은 저하된다. 또 문재인 정부 사례에서 봤듯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으로 이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고, 이를 유지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쉽게도 서울 아파트는 아무리 많이 지어봐야 수출도 안되고, 그 자체로 다른 재화를 창출하는 상품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