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항상 위태롭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로 무려 22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던 저자는 소장이 쏟아지던 2016년 여름의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자인 신광식 박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처럼 공정거래 및 재벌정책 등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저자는 어느날 우연히 대우조선 사외이사(감사위원) 제안을 받고 수락하게 된다. 그 후 ‘대우조선 사태’가 터지면서 저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우조선 투자자들은 분식회계가 명백하니 사외이사도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사외이사가 감사를 제대로 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자를 포함한 사외이사들은 직무에 최선을 다했고,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때 분식회계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사외이사들은 대법원에서 ‘면책 판결’을 받아내면서 이 기나긴 싸움에서 최종 승소하게 된다.
저자는 그간의 ‘마음 고생’을 이겨내고 폭넓은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차분하게 대우조선 사태 전반을 다룬다. △대우조선 사태가 무엇이었는지 △왜 대우조선에서 회계부정이 발생했는지 △회계전문가들의 실상에 대해 분석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대우조선 민영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과도한 실적 목표를 부과하고 보고 받은 실적을 평가해 성과급 등의 보상을 하거나 대표이사 사퇴,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 등의 제재를 가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 경영인에 대해 오직 좋은 실적만 요구하고 보상할 뿐, 정직한 재무보고와 같은 ‘윤리적 결정’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이 같은 ‘실적 지상주의’가 무리한 경영활동을 유발케 했고 결국 회계부정을 촉발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러한 실적 지상주의는 회계업계와 법인, 회계사들에게도 작용해 ‘재무제표의 적정성 확인이라는 본연의 책무’와 ‘피감 회사의 경영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수임 실적을 높여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비윤리적 행위를 하게 종용했다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외이사의 위치에서 대우조선 사태를 바라봤다. 즉 대법 판결의 쟁점이 된 부실 공시에 대한 사외이사의 법적 책임, ‘상당한 주의’와 관련한 법리와 판례, 손해배상 범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상당히 충실하게 담았다.
저자는 이러한 지적에서만 끝내지 않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는 사외이사들의 ‘각성’이 전제돼야 하고, 경영진 보고와 외부감사인의 의견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이 책은 사외이사는 물론 회사 임원, 회계업계 종사자, 법률실무자, 조선업계 종사자, 언론인, 투자자, 경영·경제학도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 전체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으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정리가 잘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