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공재정론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후폭풍을 맞았다. 관광 수입과 저금리를 믿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던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PIGS(피그스)’는 금융 위기로 세계 금리가 급등하자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부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스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2890억유로(약 370조원)를 EU로부터 지원 받았다. 그 대가로 연금을 대폭 축소하는 등 긴축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남유럽 재정 위기 사태로 유럽 전체가 수렁에 빠졌다. 10년도 더 된 얘기지만,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이 사례는 재정을 관리하지 않는 국가는 위기가 왔을 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더욱이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는 재정 관리의 성패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치솟는 환율, 고령화 등으로 국가 경제의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요즘 공공 재정을 ‘잘 모으고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연구서 ‘대한민국 공공재정론’이 출간됐다.

공공 재정은 국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 사회에서는 재정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시장과의 조화가 중요해지면서 국가가 무작정 규제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국가 부채, 즉 나라빚도 커진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 국가를 ‘부채 위의 재정국가’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이런 환경에서 재정 관리의 핵심은 돈을 얼마나 잘 돌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좋은 예산’은 돈의 흐름을 개선해 시장에 경쟁과 혁신이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예산이며, 각국 정부가 ‘좋은 예산’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 관리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성장과 복지의 조화,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균형,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최적 배분을 이뤄내야 한다. 이런 작업은 고도의 지식과 기술,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재정을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고, 건전하게 관리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론이나 제도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예시를 담았다.

“이 책에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 저자가 책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물론 납세자를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좋은 예산’은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2년 18회 입법고시에 합격한 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기획관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