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ㅣ이미호 외 4명 지음ㅣ박영사ㅣ396쪽ㅣ1만7000원

우리는 법원 판결 보도를 보고 단순히 ‘이유가 있으니 이겼겠지’ 혹은 ‘잘못했으니 졌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법정의 판결을 멀리서 보면 ‘사필귀정’이라는 이유 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막상 판결의 당사자가 됐을 때, 법정은 무섭기만 하고 판결의 과정은 복잡하기 그지 없으며 변호사와 로펌은 미지의 존재로 느껴지기만 한다.

‘다 그런 법’이란 없다. ‘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는 ‘그런 법이지’라는 말 뒤에서 치열하게 승소를 위해 준비를 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 /박영사 제공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는 우리는 모두 법률 소비자다. 우리가 병세에 맞는 약을 처방받듯, 재판을 앞두었다면 처지와 상황에 맞는 로펌이나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소비자가 된다. 하지만 난처한 상황이 닥쳐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려 해도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정보가 형사, 민사, 가사, 행정 등 마치 짜고 친 것처럼 똑같이 소개돼 있다. 기업 법무팀도 정보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률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법률 소비자는 접근성과 선택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호, 이종현, 김민정, 김종용 기자로 구성된 조선비즈 법조팀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적어도 ‘어떤 변호사가 어떤 사건에서, 어떤 전략과 법리로 승소를 이끌어냈다’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법률 소비자에게 제공해보자 취지에서다. ‘이기는 로펌은 무엇이 다른가’는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풀어쓴 책이다.

저자들은 손해배상, 형사, 지식재산·상표권, 인수합병(M&A), 특허침해 그리고 국제중재 등 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취재했다. 로펌과 변호사들이 어떤 전략으로 어떤 법과 논리로, 어떤 과정을 거쳐 입증해냈는지, 상대측 주장을 어떻게 방어해 승소를 이끌어 냈는지 ‘그들만의 전략과 기술’을 듣고 또 들었다.

그동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번도 화폐 분실사고에 대해 책임을 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책의 「출금 눌렀을 뿐인데 사라진 비트코인… 거래소 책임은 없다?」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들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의 대형 로펌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국내 중형 로펌의 이야기, 괴롭힘에 시달리던 현대차 내부고발자가 미국에서 280억원대 포상금을 받은 비결, 중국산 미역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제조사의 ‘무혐의’를 입증해 소비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일 등 우리 삶과 멀지 않은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책에는 18개의 로펌, 72명 변호사의 승소 전략이 소개된다. ‘알아두면 지킬 수 있는 권리’ ‘누구에게나 필요한 권리’ ‘개인을 지키는 법인의 권리’ 등 3개의 챕터로 구성된 29개의 사건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법률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에 기반한 제목과 승소한 로펌 및 변호사의 정보를 담아 한눈에 사건의 스토리와 핵심 정보를 알 수 있다. 권말에는 책에 등장한 18개 로펌의 특징과 모습을 담은 ‘로펌 소개’ 페이지를 더해 대한민국 대표 로펌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