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과 미국 자회사 언노운 월즈의 전임 경영진간 진실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언노운 월즈의 창립 멤버로 구성된 전임 경영진은 “크래프톤이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성과급 지급을 하지 않으려고 우리를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의 테드 길 전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창립자 찰리 클리브랜드, 맥스 맥과이어는 “언노운 월즈가 긍정적인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자 크래프톤이 보너스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신작 ‘서브노티카 2′의 출시를 연기하고 경영진을 해고했다”고 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1년 인기 게임 ‘서브노티카’를 만든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약 5억달러(약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크래프톤은 언노운 월즈가 ‘서브노티카’의 차기작 ‘서브노티카2’를 올해 안으로 개발해 출시한 뒤 일정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약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성과급(언아웃·earn-out)을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지급하겠고 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최근 ‘서브노티카2’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고 경영진을 돌연 교체했다.
이날 공개된 소장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전임 경영진 3명을 해고하기 전에 더 낮은 보상안을 제시했다.
소장 내용을 보면, 양측 관계는 연초까지 순조로웠지만, 길 전 CEO가 원래 인수 조건에 따라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 직원들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언노운 월즈 인수 당시 고용된 40명의 직원은 대부분 성과급을 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경영진은 이후 입사한 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멤버들은 “크래프톤 경영진이 당시 길 CEO가 제시한 실적 전망과 성과급 규모를 검토한 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소장에 기재했다. 이후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 출시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일부 크래프톤 직원들은 길 CEO에게 “회사 측이 성과급 지급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장에 따르면 한 점심 회의에서 김창한 크래프톤 CEO는 클리블랜드에게 “2025년에 게임을 출시하면 재정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크래프톤은 이 발언이 ‘오역(mistranslation)’이었다고 해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양측의 갈등은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이어졌다. 언노운 월즈 창립 멤버들은 이 기간 크래프톤이 마케팅·외주업체 비용 등 퍼블리싱 관련 지원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여름 출시를 앞두고 있던 신작의 홍보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톤과 언노운 월즈 경영진의 관계는 6월 말 완전히 틀어졌다. 당시 크래프톤은 경영진에게 더 낮은 보너스 지급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김창한 CEO는 이들에게 보낸 서한에 “‘서브노티카 2′의 개발이 느리고 기대에 못 미쳤다”며 경영진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결국 크래프톤은 이달 초 경영진 3명을 해고했고, 언노운 월즈 신임 CEO로 북미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최고개발책임자(CDO)를 지낸 스티브 파푸트시스를 임명했다.
블룸버그는 실제 ‘서브노티카 2’가 올해 얼리 액세스(early access·앞서 해보기)로 출시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는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가 검토한 크래프톤의 내부 검토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내부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인용해 “게임 콘텐츠가 부족하고 혁신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크래프톤은 “언노운 월즈의 전임 경영진 3명이 ‘서브노티카2’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성과급의 약 90%를 할당했지만, 이들은 개인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주력하는 등 개발에 소홀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전임 경영진은 “‘서브노티카2′는 수백 명이 참여한 테스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내세웠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불충분한 콘텐츠로 후속작을 조급하게 출시하면 팬들을 실망시키는 동시에 ‘서브노티카’와 언노운 월즈 두 브랜드 모두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찰리, 맥스, 테드가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크래프톤의 입장을 소명할 것”이라며 “그동안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를 최고의 게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