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에 설치된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전시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 /오사카(일본)=심민관 기자

“할머니께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실 때가 많고, 점점 말하는 방법을 잊어가시는 것 같다. 클로바 케어콜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교토 거주 30대 회사원 사토 씨)

“교통사고 이후 언어장애가 생겨, 머릿속으로는 생각이 나도 말로 표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클로바 케어콜과 대화를 해보니 막혀 있던 부분이 기름칠이 된 것처럼 조금씩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매일 연습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오사카 거주 67세 할머니 타카하시 씨)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터놓기 쉽지 않은데 케어콜과 대화하다가 5년전 죽은 남편에 대해 처음으로 털어놓게 됐다. 슬픈 마음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많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고베 거주 69세 할머니 스즈키 씨)

10일 오전 일본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에 설치된 네이버클라우드의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전시 부스 앞.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이었지만 130평 규모로 마련된 전시관 안에는 클로바 케어콜 체험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앞서 지난 9일 하루에만 4000명인 넘는 관람객이 부스를 방문해 클로바 케어콜을 체험했다. 실제 체험을 해본 소감을 묻자 관람객들은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 ‘클로바 케어콜’ 해외 첫 수출국은 초고령 국가 ‘일본’… AI 복지 시장 겨냥

2021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클로바 케어콜이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첫 수출국은 초고령 국가인 일본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작년 10월부터 이즈모시에서 클로바 케어콜 시범 사업을 시행해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 달 23일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와 클로바 케어콜 도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현지 사정에 맞게 시스템 고도화를 거쳐 내년 4월쯤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즈모시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9일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클로바 케어콜의 이즈모시 수출을 시작으로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기술을 확대해, 지역 맞춤형 인공지능(AI) 복지 모델을 제시하겠다”면서 일본에서 AI 복지와 관련된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일본 시장을 첫 수출국으로 정한 이유로는 돌봄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 상황도 한 몫을 했다. 김 대표는 “AI가 복지 분야의 업무 효율화를 가능하게 해, 인력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을 줄여주는 AI 기반 복지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 돌봄 인력조차 부족해진 일본 시장에서 다양한 AI 복지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산 LLM ‘하이퍼 클로바’ 탑재… “대화 기억하고 연속 대화도 가능”

클로바 케어콜은 단순한 자동 응답 시스템을 넘어 연속적인 대화와 대화 기억 기능을 제공해 개인화된 돌봄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기자가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묻자, 클로바 케어콜은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물 많이 먹고 드라마를 보라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추천해줬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집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80~95%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클로바 케어콜은 서울, 경기, 부산을 포함해 국내 140여곳의 지방자치단체에 도입돼, 3만여명의 독거노인과 중장년 1인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 전시 부스에서 체험 중인 관람객들. /오사카(일본)=심민관 기자
한 일본인 관람객이 클로바 케어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오사카(일본)=심민관 기자

클로바 케어콜의 최대 강점인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건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 클로바’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와 기분, 식사나 수면 여부 등을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적해 사용자 맞춤형 관리 제공을 가능하게 해준다. 김동회 네이버클라우드 AI솔루션·클로바 케어콜 JP 이사는 “감성·뉘앙스·맥락 이해에 최적화된 대화 능력이 하이퍼 클로바의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 독거 노인 돌봄 위한 사회 안전망 역할 가능

이날 네이버클라우드는 전시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클로바 케어콜이 독거 노인의 안전을 책임질 사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클로바 케어콜 부스 안내를 맡은 강병건 네이버클라우드 리더는 “AI가 안부 전화 중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병원과 지역 기관에 연결해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복지 분야의 업무 효율화를 가능하게 해, 인력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을 줄여주는 AI 기반 복지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클로바 케어콜이 위기 상황의 독거노인을 구한 사례도 있다. 작년 8월 순천시에서 AI 안부 전화 발신 결과 어르신이 응답이 없자, 응급 상황을 감지해 빠르게 현장 방문을 결정해 응급 간경화 상태였던 환자를 살린 바 있다. 김유원 대표는 “AI 같은 첨단 기술은 이제 단순한 혁신을 넘어, 초고령 사회에서 일상적인 안전망이자 필수적인 복지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시장에는 일본 현지 방문객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