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성과급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잇따라 적자를 내고 있어 성과급 지급률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4일 삼성전자는 사내망을 통해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 장려금’(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 지급률을 공지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월 기본급의 0~25%를 받을 것으로 공지됐다. 메모리사업부는 25%, 시스템LSI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는 12.5%를 받는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사업 적자 여파로 지급률이 0%로 결정됐다.
DS부문은 이 제도가 도입된 2015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매번 최대치인 월 기본급의 100%를 받아왔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업황이 개선된 지난해 상반기엔 성과급이 소폭 올라 월 기본급의 37.5~75%가 결정됐으며, 작년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실적 개선 성과를 인정받은 메모리사업부가 최대 기준 이상인 200%의 성과급을 받았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25%가 지급됐다.
올 상반기엔 주요 메모리 제품 중 특히 낸드 플래시에서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되고, 메모리 외 사업부에서 조단위 적자가 이어져 성과급 지급률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경영 성과 개선의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올 상반기 TAI를 반납하기로 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경우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사업부는 각각 월 기본급의 37.5%, 50%를 받을 것으로 공지됐다.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올해 1분기에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사업부 중 가장 높은 75%를 받는다. 의료기기사업부도 지급률이 75%로 책정됐고, 네트워크사업부도 50%를 받는다.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환율 하락 여파와 파운드리 사업 적자 확대,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둔화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이달 말 공개한다.
삼성 계열사들도 실적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을 담당하는 대형사업부가 월 기본급의 75%, 정보기술(IT)용 패널을 맡은 중·소형사업부는 100%를 받게 됐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가 100%를 받고, 그 외의 사업부는 75%로 지급률이 책정됐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가 25%를 지급받고, 중대형·소형사업부는 모두 0%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