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 D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를 개시할 전망이다. D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D램 공급에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탑재되는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익IPS와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장비 공급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평택캠퍼스 4공장(P4)에 웨이퍼 기준 최소 월 6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한 설비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1월 전후로 청주 M15X 신규 공장에 월 9만장 안팎의 생산능력 구축을 위한 설비 투자를 개시할 계획이다. D램 업황 침체에 그동안 첨단 공정 전환 투자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신규 설비 투자가 단행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공급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 삼성전자는 1c, SK하이닉스는 1b D램 설비 투자 집중

하반기 설비 투자에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에,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양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내년도 주력 제품이 될 HBM4 시장 공략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4 12단 제품에 삼성전자는 1c D램을, SK하이닉스는 1b D램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에 HBM 시장을 내준 삼성전자는 1c D램의 수율 및 성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D램 업황 회복세도 이번 설비 투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IT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대대적인 설비 투자 대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기존 레거시(구형) 공정 라인을 첨단 공정으로 바꾸는 전환 투자에 집중했다. 또, 범용 D램 대비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던 HBM 제조를 위한 패키징 설비 확보에 주력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객사의 재고 소진이 촉진돼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주 SK투자증권 연구원은 “첨단 제품은 여전히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D램 시장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 원익IPS·유진테크·피에스케이 등 전공정 장비사 수혜 전망

이 같은 이유로 HBM 패키징에 투입되는 후공정 반도체 장비 기업에 수혜가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전공정 기업들도 장비 공급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 공정은 웨이퍼를 제작하고 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을 말하며, 후공정은 만들어진 칩을 검사하고 패키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공정은 주로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산화·포토·식각·증착 등)을 담당하고, 후공정은 칩을 잘라내고 외부와 연결되도록 포장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원익IPS와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전공정 장비 공급사들이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50%를 상회한다. 원익IPS와 유진테크, 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웨이퍼 위에 원하는 물질을 얇은 막 형태로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게 만드는 증착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피에스케이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감광액을 제거하는 장비를 납품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익IPS와 유진테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42억원, 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00%, 25%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피에스케이와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862억원, 1091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할 떄 약 5%, 12%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