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렉시티 로고.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언론사와 생성형 AI 기업 간의 저작권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BBC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BBC 기사 콘텐츠를 무단 크롤링해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정황을 지적했다. 크롤링이란 웹 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거기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다. BBC는 자사 콘텐츠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보유한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은 물론 이미 사용한 콘텐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BBC는 퍼플렉시티의 일부 AI 응답에서 자사 기사 내용이 단어 하나 틀리지 않고 복제됐으며 해당 응답 중 약 17%는 사실관계 오류 또는 문맥 왜곡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BBC는 무단 이용이 계속될 경우 공신력 훼손은 물론 라이선스 기반 재정 운영에도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퍼플렉시티는 “BBC는 기술과 인터넷,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해당 주장을 “조작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사는 자체적으로 기초 모델을 개발하거나 훈련하지 않으며,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메타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외부 모델에 접근하는 인터페이스 플랫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퍼플렉시티는 이전에도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다우존스, 뉴욕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또 뉴욕 타임스와 콘데 나스트를 포함한 다른 매체들로부터도 사용 중지 및 중지 서한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사안은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다수의 해외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며 AI 산업 내 저작권 이슈의 상징적 사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생성형 AI 산업이 언론의 저작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학습 데이터 활용 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기반 검색과 뉴스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가 언론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