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직영점./뉴스1

SK텔레콤이 영업 제한을 받지 않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중심으로 ‘개통 지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20일에서 21일 사이 직영·대리점 영업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날짜별 가입자 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공식적인 ‘신규 영업 재개’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을 취급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은 최근 ‘18일부터 19일 사이 모집한 가입자의 개통 시점을 2~3일 늦춰라’는 취지의 공지를 받았다. SK텔레콤 신규 가입 계약은 미리 진행하고, 실제 개통은 20일 이후로 조정한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면적인 영업 재개 전 신규 가입 모집자 수가 급증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개통 지연’ 공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일에 서울 영등포구 한 판매점에서 SK텔레콤 신규 개통 상담을 진행한 김모(32)씨는 “오늘 갤럭시S25 엣지 구매를 결정하고 21일 개통한다면 구매 조건을 더 좋게 쳐준다고 안내 받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판매점에 제공하는 장려금을 대폭 상향했다. 월 3만3000원짜리 요금제를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고, 갤럭시S25 시리즈·엣지 등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판매점에 88만원의 장려금을 제공했다. 저가 요금제 판매 장려금이 통상 8만~10만원짜리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제공되는 수준으로 책정된 셈이다. 가입자 기대 수익을 넘어서는 장려금을 제공할 정도로 ‘신규 고객 모집’에 적극적이다. 판매 장려금은 불법 보조금(리베이트)의 재원이 된다.

이동통신 유통점이 몰려있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정두용 기자

SK텔레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고객의 이동통신 서비스 개통을 지연했다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지난 2021년 KT가 신규 출시 단말기 사전 예약자들에게 개통을 지연시킨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5호’에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고 보고 과징금 1억6499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이번 고의 개통 지연 의혹은 방통위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 대한 전면적인 영업 재개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5일 전국 2600개 T월드 매장(직영·대리점)에서는 신규 영업이 중단됐다가, 지난 16일부터는 유심 물량과 관련이 없는 이심(eSIM·내장형 유심) 개통이 가능해졌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SK텔레콤 유심 교체에 영향이 없는 상황이 마련이 된다면 영업 재개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유심 물량은 교체 대기자 수보다 많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 신규 영업 재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고의 개통 지연 의혹에 대해 “본사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일부 판매점이 단가가 높을 때를 예상해 일탈 행위가 나온 것으로 감지된다”며 “지속적인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올바른 판매 방식을) 가이드하고 있고, 불·편법 영업 방지 정책을 통해 개통 지연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