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등 외산 클라우드 업체들이 국내에 데이터센터 증설 등 인프라 확대에 나서면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은 외산 업체의 진입이 불가능한 보안 상위 등급 공공부문 사업 개척에 나서는 등 돌파구 모색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SK그룹과 함께 7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장이 탑재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될 전망이다. 2027년까지 41메가와트(MW) 규모로 1차 구축된 후 2029년 초까지 103MW 규모로 최종 완공할 예정이다. AWS는 작년부터 100MW 규모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인천에도 구축 중이다.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도 한국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 구축을 완료하고, 이달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2022년 국내 첫 데이터센터 설립 이후 3년 만에 증설이다.
외산 업체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증설, 인프라 확대에 나선 배경으로는 한국 시장의 성장성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4조6000억원에서 2028년 약 24조6000억원으로 68.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정부가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외산 업체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공공기관 주요 시스템의 70%를 민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서비스이용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공공기관 클라우드 수주 계약 규모는 5769억원이다. 정부의 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7년에는 1조원대로 계약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토종 업체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외산 기업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토종 업체들의 확고한 지위가 보장됐던 공공 클라우드 시장도 작년 12월부터는 해외 업체 진출이 가능해졌다. 공공기관의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을 받아야 하는데, 해외 업체들의 보안 인증은 제한됐다. 하지만 정부가 2023년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3가지(상, 중, 하)로 나누고, ‘하’ 등급에 한해 해외 업체들에 문을 열어줬다. 작년 12월 MS가 ‘하’ 등급을 해외 업체 중 최초로 받았고, 올해 초 구글과 AWS가 연이어 ‘하’ 등급을 획득하면서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토종 업체들은 돌파구 모색을 위해 해외 업체들이 접근이 불가능한 보안인증 ‘중’ 등급 이상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척에 힘쓰는 모양새다. 최근 KT클라우드와 삼성SDS는 민간 클라우드 회사 중 처음으로 국가정보원 ‘상 등급’ 보안 검증을 통과했다. 그동안 정부24 등 시스템 중요도가 높은 서비스는 국정원의 상 등급 보안 요건을 갖춘 민간 클라우드가 없던 탓에 공공기관의 자체 전산실만 이용할 수 있었다. KT클라우드와 삼성SDS는 앞으로 ‘중 등급’ 이상의 보안이 필요한 주요 공공부문 디지털행정서비스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NHN클라우드에 대한 국정원의 상 등급 보안 검증도 진행 중이다.
토종 업체들 사이에선 더이상 가격 만으로는 시장 방어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 업체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지만 이마저도 최근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가성비 마케팅 전략에 흔들리고 있다. 서성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토종 업체들이 민간 시장에서 해외 업체들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하 등급’ 공공 시장에서 마저 외산 업체와 경쟁하게 돼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국외 기업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중 등급 이상의 공공부문 시장 개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