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달리3

이재명 정부가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주도할 ‘인공지능(AI) 국가 대표’ 기업 5곳을 선발한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성능을 확보한 독자 모델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개발한 AI 모델을 기반으로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AI 업계에서는 자체 LLM을 개발한 국내 기업이 다수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AI 기업 컨소시엄을 다음 달 21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가칭 ‘월드베스트 LLM’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초거대 AI 모델 개발 프로젝트가 이재명 정부 들어 명칭을 바꿨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된 범용 모델을 뜻한다.

정부는 최대 5개의 AI 정예팀을 선발해 팀당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 1000장, 데이터 구축·가공 비용 연 30억~50억원, 인재 등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수요에 맞춰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5개 정예팀은 선발 후 단계 평가로 경쟁시켜 압축할 계획이다.

개발할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거대언어모델(LLM), 멀티모달모델(LMM), 거대행동모델(LAM) 등이다. 평가 단계마다 목표만 정부가 제시하고 구체적인 AI 모델 개발 전략과 방법론은 참여팀이 정하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구 방식을 적용한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자체 LLM을 개발한 기업들이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참여를 고려 중인 기업은 네이버와 LG AI연구원, 엔씨 AI, 이스트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솔트룩스, 업스테이지 등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LG AI연구원, NC AI 등의 참여와 선정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소버린(주권) AI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AI 정책 사령탑으로 발탁된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은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 시절 하이퍼클로바X의 개발·운영을 총괄했다. LG AI연구원의 LLM ‘엑사원 3.5’은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가 선정한 국내 유일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로 선정됐다.

중견·중소기업 중에서는 이스트소프트가 지난 17일 자체 개발한 ‘앨런 LLM’을 정식 출시하면서 ‘국가 대표 AI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앨런 LLM은 검색 증강 생성(RAG) 기반 보고서 생성과 추론에 특화된 오픈소스 기반의 모델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앨런 LLM을 데이터센터용 초거대 모델부터 온디바이스용 경량 모델까지 구성했다”며 “AI 검색 엔진에 최적화된 자체 LLM을 개발하며 에이전틱 AI 서비스화에 있어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도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도 한국형 독자 AI 모델 개발 사업에 도전할 예정이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2023년 자체 개발한 코난 LLM을 선보였고, 지난 5월에는 추론 모델 ‘코난 LLM ENT-11’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손잡고 ‘국산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에 코난테크놀로지의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국산 기술 기반의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소버린 AI 기술 자립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한국산 파운데이션 모델로 스탠퍼드대 에코시스템 그래프에 등재되는 등 생성형 AI 분야에서 국내외 기술력을 입증 받았다”며 정부 사업 참여 준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솔트룩스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솔트룩스는 지난달 말 언어 생성과 이해에 특화된 최신 ‘루시아3 LLM’을 공개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차세대 LLM ‘솔라 프로2’의 한국어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업계 관계자는 “5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면 구하기 어려웠던 GPU를 지원받아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게 되는 등 사업 여건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라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국내 기술 기업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