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주 스포티파이코리아 뮤직팀 총괄./이경탁 기자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를 도입한 뒤 월간활성사용자(MAU)가 급증하면서 지니뮤직·플로를 제치고 국내 3위에 올라섰다. 멜론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며, 유튜브뮤직과의 2강 체제 형성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점유율 확대를 넘어, 플랫폼 정체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앞세워 ‘음악을 듣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박정주 스포티파이코리아 뮤직팀 총괄은 19일 서울 서초구 모나코스페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단순 소비 시장이 아니라, 감정과 취향이 데이터로 흐르는 세계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시장 중 하나”라며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수가 전 세계 1위일 정도로 음악에 대한 개입과 참여가 깊은 구조”라고 말했다. 전 세계 180개국에서 6억7800만명이 이용하는 스포티파이는, 특히 한국 사용자들의 ‘참여형 청취’ 문화를 본사 차원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처음 3년간은 유료 가입 중심 전략을 고수하며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멜론·지니·플로 3강 체제가 견고했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의 국내 사용자 기반은 제한적이었다. 박 총괄은 “무료 요금제만 도입하면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다는 단기 목표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용자 감수성과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판도는 지난해 10월,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가 도입되며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스포티파이의 MAU는 359만명으로 급증해 지니뮤직(263만명), 플로(175만명), 사운드클라우드(118만명), 네이버 바이브(84만명)를 모두 앞질렀다. 2위 멜론(654만명), 1위 유튜브뮤직(982만명)과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사용자당 평균 재생 시간, 반복 청취율 등에서도 뚜렷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스트리밍 이상의 구조’다. 박 총괄은 “우리는 음악을 소비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고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문화적 허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포티파이는 청취자 감정·취향에 기반한 맞춤형 큐레이션 시스템과 함께 창작자 전용 도구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는 지역·연령·성별·반복 청취율 등 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곡 구성과 발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힙합 아티스트 릴 모쉬핏은 “청취자 분석 도구 덕분에 유럽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 있었고, 프랑스 공연까지 이어졌다”며 “스포티파이는 단순 스트리밍을 넘어 창작과 전략이 만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신예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RADAR’ 프로그램과 국내 힙합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스포티파이 싱글즈’ 프로젝트 등도 운영 중이다. RADAR 참여 아티스트는 평균 6개월 내 월간 리스너 수 약 40%, 스트리밍 수 약 30%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해 동안 스포티파이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곡이 처음 재생된 횟수는 20억회를 넘었으며, 4100명 이상이 글로벌 플레이리스트에 편입됐다. 같은 해 한국어 트랙의 로열티 수익은 2018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누적 청취 시간은 970만 시간을 돌파했으며, 주요 청취 국가는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필리핀, 멕시코 순이다. 한국어는 스포티파이 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비영어권 언어 중 하나다.

스포티파이와 네이버 간 제휴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근 네이버는 자사 멤버십에 넷플릭스를 연동한 데 이어, 스포티파이와의 연계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이버가 자사 멤버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콘텐츠 구독 번들 전략’의 일환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스포티파이까지 연동해 사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스포티파이로서도 국내 유료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접점을 확보하는 기회다. 이와 관련해 박 총괄은 “공식 발표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문화적 허브가 되려면 현지 파트너십이 필수라는 점에 공감한다”며 “다양한 협업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