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액체냉각 기술을 실증하는 업체는 LG유플러스뿐입니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지만, 데모룸을 운영하면서 상용화에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지난 12일 경기 안양시 LG유플러스 평촌2센터에서 만난 배성준 AIDC(AI 특화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 책임은 이렇게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 국내 데이터센터 최초로 평촌2센터에 ‘액체냉각 데모룸(실험실)’을 만들었다. 회사는 액체냉각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공랭(공기냉각)식보다 전력 소모를 7~8배 줄이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데모룸에 들어가자 한쪽에는 직접칩냉각(Direct to Chip) 기술이 적용된 서버랙 2대가, 다른 한쪽에는 액침냉각 장치용 탱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험용 장비는 LG유플러스가 액체냉각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마련했다. 배 책임은 “설계부터 장비 수령 등 데모룸 설치에 약 6개월이 걸렸다. 실증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회사도 운영 노하우를 얻고 있다”라고 했다.
◇ 공랭식으로는 한계… 액체냉각이 전력 효율 7~8배 좋아
액체냉각 방식은 공기냉각 대비 전력 효율성이 높다. 공기냉각 방식은 쉽게 말하면 서버에 차가운 바람을 밀어 넣어 열을 식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는 물보다 비열(물질 온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열량)이 낮아 뜨거운 서버의 열기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버는 (엔비디아 H100 기준) 대당 약 3억원에 달한다. 서버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성능이 저하되고 하드웨어가 손상될 수 있어 냉각기술이 AIDC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액체를 이용한 냉각방식에 주목했다. 액체냉각에는 직접칩냉각과 액침냉각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직접칩냉각은 냉각수분배장치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 나오는 냉각수를 CPU·GPU에 부착된 콜드플레이트(금속판)로 보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액침냉각은 액침 탱크에 서버를 넣고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특수 처리한 기름을 채워 넣어 열을 내리는 방식이다. 핵심 장치인 CDU는 냉각수와 절연유를 서버 전반에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액체냉각 방식은 해외 AIDC에서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비용 및 기술적인 문제 탓에 도입되지 못했다. 액체냉각 기술이 처음 상용화됐을 때는 액침냉각 기술이 먼저 주목받았지만 액침냉각 기술은 통상 AIDC에 쓰이는 서버렉(서버가 설치되는 공간) 대신 절연유가 들어가는 탱크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약 700L의 절연유가 들어가는 등 무겁고, 서버랙을 활용하는 직접칩냉각 방식보다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공간 효율성과 서버렉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직접침냉각 기술을 중점적으로 실증하고 있다”라고 했다
◇ “액체냉각 기술로 국내 AICD 시장 선도”... 내년까지 상용화 목표
이날 데모룸에 마련된 직접칩냉각 시험용 서버랙 2개에는 각각 2대의 서버가 설치돼 있었다. 랙 한 면에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두꺼운 배관이 붙어있었다. 배관에는 부패하지 않도록 글라이콜이라는 화학물질을 섞은 초록색 냉각수가 흘렀다. 이 냉각수는 배관을 타고 칩 바로 위 금속판을 따라 열을 직접 흡수한다. 보통 스테인리스강으로 배관을 만들지만, LG유플러스에서는 투명하고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실험하고 있다.
배 책임은 “공기냉각 방식을 적용했을 땐 렉 하나당 13㎾까지밖에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직접칩냉각 기술을 적용하면 렉 당 100㎾까지 테스트할 수 있다. 공간·전력 효율성이 7~8배 정도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모룸 안쪽에는 50㎾ 규모의 액침냉각 탱크가 설치돼 있었다. 절연유가 가득 채워진 탱크 안에는 서버가 자리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은 외형이지만, 절연유는 발화점이 200도 정도인 고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에 불이 붙지 않는다.
다만 국내 액체냉각 기술이 글로벌 기준에서는 후발 주자인 만큼 LG유플러스가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LG그룹에서는 LG전자가 CDU를 만들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까지 수도권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와 건립 예정인 파주 AIDC에 액체냉각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측은 “고객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건설사와 사모펀드까지 잇따라 IDC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액체냉각 기술을 도입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