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이익 중 절반 이상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D램 매출에서도 40% 이상이 HBM에서 나왔다. 특히 올해는 최첨단 HBM인 HBM3E(5세대) 제품 가운데 8단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12단의 매출이 확대되면서 HBM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메모리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 중 HBM의 비중은 14%에 불과했으나, D램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HBM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44%, 54%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7조6391억원이었으며 이 중 D램 매출은 80%(약 14조1112억원)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HBM으로만 6조289억원가량의 매출을 낸 셈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제품별로 따로 공개되진 않지만 회사의 사업구조 특성상 영업이익에서 D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7조4405억원) 중 최소 3조원가량은 HBM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HBM 출하량 비중이 10%대임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이 높은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단일 웨이퍼 기준 16Gb DDR5는 약 1700개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24Gb HBM3E는 600개 미만을 생산할 수 있다”며 “각각의 수율이 90%, 60%라고 가정할 때 DDR5는 HBM3E 대비 약 3배 더 많은 양의 Gb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매출 측면에서 보면 HBM3E의 Gb당 가격이 DDR5보다 4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웨이퍼당 매출은 HBM3E가 DDR5보다 약 45% 정도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올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HBM 매출을 전년 대비 2배로 성장시키고, 올해 2분기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HBM3E 12단 제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HBM3E 12단의 가격은 HBM3E 8단보다 50∼6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HBM에 힘입어 33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6%였으며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각각 34%, 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