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노조 옥외 집회./네오플 제공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 노동조합이 사측 성과급 제도에 항의하며 준법 투쟁에 들어갔습니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9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성과급을 축소 지급했다며 전면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입니다. 네오플 구성원들은 고속 성장에 따른 결실이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고액 연봉자인 노조가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지난 10일 제주 본사를 시작으로 야근 거부와 집회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오후 6시 전원 퇴근 후 집회를 열며 조기 출근 및 오후 7시 이후 근무, 주말 근무 등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준법 투쟁을 전개합니다. 오는 18일부터는 서울지사 조합원들도 동참할 예정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쟁의권 확보를 위한 투표에서 조합원 93.48%(917명)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습니다.

노조는 성과급이 미흡한 점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흥행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1조3784억원, 영업이익 98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시장에서 출시 약 4개월간 10억달러(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는 초기보다 이용자 지표가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개발자들에 대한 성과급(GI)은 기존과 비교해 3분의 2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회사가 영업이익의 4%에 해당하는 약 393억원을 수익배분금(PS)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조는 소수의 임직원에게만 성과가 몰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윤명진 대표를 비롯해 정일영 경영지원 총괄이사, 이원만 던전앤파이터 개발본부장 등 사내이사 3인은 지난해 급여와 주식 보상 등으로 275억2493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2023년에 수령한 금액은 26억원에 불과했는데, 2년 만에 수령액이 10배가 된 것입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전체 임직원이 지난해 수령한 금액은 3343억원으로 2023년 전체 임직원 수령 금액(1550억원) 대비 2배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노조는 “회사의 매출이 줄면 덜 받고, 매출이 늘면 그만큼 더 받는 ‘기여에 따라 보상받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의 삶을 갉아먹으며 경영진의 배만 불리는 구조를 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러스트=챗GPT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은 단발적인 충돌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해 6월에도 넥슨 계열사 중 처음으로 쟁의권을 확보하고 쟁의 행위를 예고했으나 약 한 달간의 조정 끝에 잠정 합의로 갈등을 봉합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일시적 봉합에 불과했다는 평가입니다. 모회사인 넥슨과의 대우 차이,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 열악한 노동 환경 등도 불만 요소로 꼽힙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네오플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1888만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네오플이 지난해 임직원 급여로 지출한 3344억원 중 경영진 보상액(275억원)을 제외한 금액을 전체 직원 수(1402명)로 나누면 이 같은 액수가 나옵니다. 이는 지난해 상장 게임사 중 평균 연봉 1위 기업인 시프트업(1억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입니다. 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인 4330만원에 비하면 5배 수준입니다. 국민의 시선으로 볼 때 이미 ‘고액 연봉자’임에도 높은 인상안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네오플뿐만 아니라 최근 IT 기업 노조들은 처우 개선에 불만을 가지고 파업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노조는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7년 만에 부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노조도 회사의 연봉 협상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창사 이래 최초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좋은 복지와 높은 임금을 자랑하던 IT 기업들이 과거만큼 적극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자 사측과 직원 간 갈등이 촉발하고 있다”며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고질적인 고강도 노동과 불투명한 보상 체계에 대한 반발이 노조 연대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