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가성비 인공지능(AI)’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 딥시크가 한국에서 신규 다운로드를 재개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월간 이용자 수가 약 9600만명 수준으로 늘었지만, 국내에서는 보안 우려가 불거진 이후 인기가 식은 모습이다.
9일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딥시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1만8699명으로 지난 4월(28만4184명)보다 23% 줄었다. 해당 수치는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저사양 반도체를 사용해 적은 비용으로 미국 유수 AI 기업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준 딥시크는 연초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딥시크 열풍이 불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특히 출시 직후에는 오픈AI ‘챗GPT’를 제치고 앱 마켓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저력을 보였다.
딥시크 국내 이용자는 와이즈앱·리테일이 집계한 MAU 기준으로 지난 1월 99만5709명, 2월에는 94만9563명을 기록했다. 보안 우려로 국내 다운로드가 중단된 직후인 3월에는 이용자가 35만6853명으로 급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딥시크 사용자 정보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로 넘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서비스 개선·보완 전까지 신규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시정 조치 이후 딥시크는 약 두 달 만인 4월 28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신규 다운로드를 재개했다.
그러나 그 사이 딥시크의 인기는 한풀 꺾였다. 신규 다운로드가 재개된 첫주 주간활성이용자(WAU)는 9만2115명으로 10만명에도 못 미쳤다. 5월 마지막주(5월 26일~6월 1일)에는 이용자가 7만명대로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딥시크의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된 사이 챗GPT가 ‘지브리 화풍’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구글, 앤트로픽 등 AI 기업들이 차세대 AI 모델을 줄줄이 공개하면서 딥시크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딥시크는 최근 생성형 AI 모델 ‘R1′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출시했지만 예전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7일(현지시각) 딥시크가 공개한 최신 추론 모델 ‘R1-0528’의 성능은 회사 측에서 공개한 벤치마크 기준으로만 보면 세계 3위 수준으로 뛰어나지만, 연초처럼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새 모델이 나왔는지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서구권에서는 반응이 미미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테크 애널리스트인 로스 샌들러는 딥시크 R1의 최신 업데이트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 시장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에 대한 반응이 시들한 이유는 최신 AI 모델이 예전만큼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딥시크의 기존 모델은 오픈AI의 ‘o1’ 모델의 약 27분의 1 수준으로 저렴했는데, 지금은 17분의 1 수준이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딥시크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AI 기업들이 이후 비용을 낮춘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성비 AI’에 대한 충격 요인이 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R1 모델이 구글 제미나이의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외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추론 과정 등을 토대로 딥시크가 제미나이의 사고 과정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의 AI 개발자 샘 페이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딥시크의 R1-0528 모델이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와 유사한 어휘를 선호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AI 평가 도구 ‘스피치맵’(SpeechMap)의 개발자도 “딥시크 모델의 내부 추론 과정인 ‘트레이스’(traces)가 제미나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연초에는 품질이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 시장이 ‘딥시크 충격’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단계는 지났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이 줄이어 혁신적인 AI 모델과 기술을 발표하고 있어 딥시크의 업데이트는 이들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정도의 발전에 그친다”고 말했다.
딥시크는 공식적으로 사용자 수를 발표한 적이 없지만, 검색엔진최적화(SEO) 업체 백링코 등은 지난 4월 기준 딥시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9688만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연초 3000만명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사용자의 절반 이상인 51.24%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몰려 있다고 이 업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