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연례 개발자 행사인 ‘WWDC(세계 개발자 콘퍼런스) 2025′를 오는 9일(현지시각)부터 1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연다. 최근 애플의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 개발이 지지부진하고, 신제품 대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대 WWDC 중 볼거리가 가장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WWDC는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다. 2023년에는 증강현실(AR) 글라스인 ‘비전 프로’를, 지난해에는 자사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WWDC는 신제품 공개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사용자 경험(UI) 전환, AI 전략 발표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iOS, 아이패드OS, 맥OS 등 애플 전 플랫폼에 걸쳐 UI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솔라리움(Solarium)’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운영체제(OS)에서는 아이콘, 메뉴, 앱, 창, 시스템 버튼 스타일이 바뀔 예정이다. 애플은 반투명 효과, 더 둥글고 부드러운 모서리, 플로팅(띄워진) 메뉴 등 시각적인 변화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iOS 넘버링도 출시연도를 반영할 전망이다. 새로운 iOS의 정식 명칭은 iOS19가 아닌 ‘iOS26’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경쟁사 대비 맥을 못추고 있는 AI 혁신과 관련해 올해는 새로운 발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인 시리 2.0 등 대형 AI 프로젝트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그동안 타사 대비 AI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애플은 현재 AI를 통한 맞춤형 추천, 자동화, 실시간 제안 등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시리를 완전히 재구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출시 예정이었던 애플의 ‘AI 건강도우미’ 애플리케이션(앱) ‘멀버리’ 프로젝트 역시 출시 시점이 내년으로 밀리면서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멀버리 프로젝트는 애플의 건강 앱과 통합된 건강관리 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멀버리는 애플 내부에서 붙인 코드명으로, 애플의 장기 AI 프로젝트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구글이 연례 개발자 행사 ‘I/O 2025’를 화려하게 마무리하면서 애플과 대조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글은 웨어러블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제미나이 기반의 스마트 안경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내부에서도 이번 WWDC가 AI 측면에서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하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만 부각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애플은 내년을 기점으로 AI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AI 경쟁은 매달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더 과감하고 신속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