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이토 히로부미: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남긴 글이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를 촉발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일본 총무상이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란 점을 짚으며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지적했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안팎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라인야후가 경영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정부의 요구로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시스템 분리가 끝난 상황이지만 향후 지분 매각 등의 압박이 불거질 경우 외교 문제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 라인야후 사태 때 “굴종 외교” 비판

라인야후 사태는 지난 2023년 11월 네이버클라우드 협력사 PC를 통한 악성코드 유입으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 서버에서 약 5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일본 총무성은 이를 계기로 작년 3월과 4월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요구했고, 한국에선 경영권 침탈 논란이 일었다.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작년 5월 양국 정상회담 자리에서 논의됐고, 일본 총무성은 두 달 뒤 ‘지분 관계 재검토’ 요구를 철회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에 의존했던 서버·네트워크 등을 별개로 구분해 운영하는 수준에서 봉합된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네이버의 자회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두고 “굴종 외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57명은 작년 6월 결의안을 발의해 “네이버 라인 지분 압박은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침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락된 뒤인 작년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키운 기업인 라인을 일본에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과 여당 내에선 라인야후 사태를 여전히 ‘외교 참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는 “일본 총무성에서 요구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이미 다 취한 상태라 당장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일본은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이고 자국 이익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라인야후의 기술 주도권을 네이버가 가지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또다시 외압을 통해 라인야후에 대한 지분 문제를 제기한다면, 외교 문제로 확대될 소지는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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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 계약 종료 정산금 600억원 받아… 시스템 분리 사실상 완료

문제는 이미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시스템 분리’가 상당히 진척돼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라인야후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벌어지기 전까지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에 시스템 운영을 의존해 왔다. 일본 총무성의 ‘침해 사고 재발 방지’ 요구에 따라 라인야후는 지난 3월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와 시스템·인증 기반·네트워크 연계 등을 전면 차단했다. 보안 운영 및 위탁처 관리 체계도 독립적으로 재편했다. 라인야후의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한 완전 분리는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현재 순차 정리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운영에 기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요인이 차단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라인야후로부터 용역 계약 종료에 따른 정산금 약 600억원을 받았다. 네이버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작년 라인야후 관련 매출은 792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또 2023년까지 업무 협업 도구 ‘네이버웍스’의 일본 서비스 운영 법인으로부터 지난 2023년 매출 10억원을 올렸으나, 작년에는 이 항목이 빠졌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작년 라인야후로부터 올린 매출은 485억9100만원으로, 전년(722억4600만원) 대비 32.7% 줄었다. 라인야후가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 관련 매출은 작년 2억9400만원으로, 전년(3억200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향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라인페이의 모든 일본 서비스가 지난 4월 종료되고 야후재팬 ‘페이페이’와 통합됐기 때문이다.

◇ 라인야후 사태 후에도 네이버 지분 변화 없어

네이버가 일본 법인 NHN재팬을 통해 ‘라인’을 출시한 건 지난 2011년이다. 라인은 현재 일본에서만 약 9700만명이 접속하는 국민 메신저 앱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을 결정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각각 50%씩 지분을 가진 A홀딩스를 공동 출자 형태로 출범하고, A홀딩스 아래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합작사 라인야후(당시 Z홀딩스)를 두는 구조를 만들었다. A홀딩스가 현재 보유한 라인야후의 지분율은 62.5%다. 이런 구조는 라인야후 사태를 겪은 후인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분율만 보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양분하고 있지만, 소프트뱅크가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라인야후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전 대표이사가 작년 5월 사내이사에서 퇴임하면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더욱 축소됐다. 현재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라인야후와 관련한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이재명 정부는 강한 외교적 수사를 하거나 외교적 장치로 해결을 시도하는 등 지난 정부와 다르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