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중국 정부가 지난달 국내 게임 2종에 판호(게임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했다. 한국 게임의 진출을 사실상 차단해왔던 중국은 지난 2022년부터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형 게임사 위주로 발급됐던 판호가 올해부터는 중견·중소게임사에도 발급돼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네오위즈·그라비티 판호 획득… 올해 들어 총 5종

9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에 따르면 이 기관은 지난달 21일 외국산 게임 14종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와 외자판호(해외 게임에 부여)가 있다. 국내 게임으로는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매직레시피’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약속의 모험’ 등 2종이 외자판호에 이름을 올렸다.

‘고양이와 스프: 매직레시피’는 네오위즈 자회사 HIDEA가 개발한 ‘고양이와 스프’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후속작이다. 원작 ‘고양이와 스프’는 방치형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다양한 고양이들이 숲에 모여 재료를 요리해 판매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판호를 발급받은 바 있으며 지난 2021년 구글 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3에 선정됐다. ‘고양이와 스프: 매직레시피’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신작이지만, 판호 발급으로 인해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그나로크: 약속의 모험’은 그라비티가 중국 게임 개발·퍼블리싱 회사인 ‘킹넷’과 공동 개발한 작품이다. 원작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명의 플레이어가 최대 5개의 캐릭터까지 해금, 다중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라비티는 이번 게임 론칭을 통해 중국 지역에서 라그나로크 IP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라비티는 지난 1월에도 ‘라그나로크: 초심’에 대한 판호를 취득한 바 있다. 그라비티는 매년 라그나로크 IP로 중국 판호를 획득해왔다.

2017년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국내 게임에 판호를 주지 않았던 중국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한국 게임에 판호를 재개했다. 특히 그간 대형 게임사 위주로 발급된 판호가 올해 들어 중견·중소게임사 중심으로 발급되는 모습이다. 올해 한국 게임에 판호가 발급된 건 지난달 2종을 포함해 총 5종인데 모두 중견·중소게임사의 게임이었다. 올 1월에 ▲쿡앱스 ‘포트리스 사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초심’ 등 2종의 게임이 판호를 받았고, 올 3월에는 ▲쿡앱스 ‘무명기사단’이 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형사 게임들이 판호를 발급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넷마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PC버전 등이 판호를 받았고, 그해 6월에는 ▲펄어비스 ‘검은사막’ PC 버전이 판호를 획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가 허가를 받았고, 이어 12월에는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넵튠 자회사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PC버전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리버스’ 등이 판호를 획득했다.

(왼쪽부터) 네오위즈의 '고양이와 스프: 마법의 레시피', 그라비티의 '선경전설: 약속의 모험'. /각 사 제공

◇ 중견·중소 게임사 기대감↑… “中 불확실성·리스크 커”

국내에서 고전하던 중견·중소 게임사들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2위 게임 시장인 중국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지난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중국은 1236억달러(181조729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약 6억6800만명의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게임 수출 비중은 중국이 25.5%로 1위를 차지했다. 동남아(19.2%), 일본(13.6%), 북미(14.8%)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호가 발급되더라도 게임을 출시해 로열티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위메이드는 중국 게임사인 성취게임즈, 상해킹넷 등에게 ‘미르의 전설2’ 로열티 배상금 약 8400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은 실적을 반등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지표인 만큼 판호 발급이 중요하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중국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져 국내 게임사가 판호를 획득한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 흥행은 국내에서 대형사인지 중견·중소 게임사인지 중요하지 않다”며 “중국 유저들을 공략하는 게임사가 결국 실적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