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연구실이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당시 같은 연구실 소속이었던 창업 멤버들은 인공지능(AI) 대회에 나갔습니다. 밤을 새면서 몸으로 느꼈던 불편함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습니다.”

콕스웨이브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1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데이터마이닝 연구실 소속 석·박사 4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이들은 AI 대회에 참가하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존 시스템의 미비를 파고들었다.

콕스웨이브는 사업 초창기 이미지 편집 서비스 ‘하마’, 생성형 이미지 검색 ‘엔터픽스’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하마와 엔터픽스로는 사용자가 AI를 활용하는 방향을 분석하기가 어려웠다. 콕스웨이브는 두 서비스를 매각한 뒤, 생성형 AI 제품 분석 플랫폼 ‘얼라인’을 주력 제품으로 삼아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진출했다.

얼라인은 사용자가 AI 서비스에 남기는 다양한 힌트를 분석해, 서비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단순 키워드 분석을 넘어서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주원(31) 콕스웨이브 각자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챗봇에게 ‘다시 찾아줘’라고 말하면, 이는 챗봇이 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정확한 답변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기존 서비스들은 이런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얼라인은 ‘다시 찾아줘’라는 말이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임을 분석하고, 어떻게 더 명확하게 답변을 개선할 수 있는지 찾아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콕스웨이브는 최근 앤트로픽과 협업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에 이름을 알렸다. 콕스웨이브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협업 과정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조하는 얼라인의 서비스 철학이 앤트로픽의 방향성과 유사하다는 점이 협업의 계기가 됐다. 현재 콕스웨이브는 앤트로픽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 다날,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지난해 1월 4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콕스웨이브는 누적 투자액 55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인도를 글로벌 진출의 첫 교두보로 삼아 현지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다음은 김 각자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주원 콕스웨이브 각자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콕스웨이브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콕스웨이브 제공

—‘콕스웨이브’가 탄생한 배경은.

“2021년 서울대 데이터마이닝 연구실 동료들이 모여 창업했다. 창업 멤버는 박사 1명, 석사 3명으로, 당시 나이가 27~28세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연구실이 문을 닫으면서 해커톤 및 AI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최 측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맞게 AI 모델을 튜닝해 정답률을 검사하는 대회가 많았다. 이런 대회들에 나가면서 매번 데이터 분석과 모델 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데이터만 넣으면 알아서 분석하고 AI가 자동 학습되는 솔루션’을 구상한 것이 초창기 창업 아이디어였다.”

—주요 제품인 ‘얼라인’은 어떤 서비스인가. 경쟁사와의 차별점은.

“얼라인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성능이 좋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제품 분석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챗GPT 같은 챗봇을 쓰다가 답답함이나 아쉬움을 표현하고, 사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성형 AI 서비스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이 데이터로 쌓이는 것에 주목했다. 얼라인은 사용자와 AI 간 대화 데이터 속 사용자가 불만족한 이유 등 분석 요소들을 추출한 뒤, 중요한 10가지 정도로 압축해 고객사에 전달한다.

얼라인의 강점은 ‘개인화’다. 추출하는 데이터 중에 사람의 감정 데이터도 있어 심리학 논문도 많이 참고하고 있고, 감정 분류에 대한 다양한 척도를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는 좋아요, 싫어요 같은 명시적인 피드백을 줄 뿐만 아니라 복사 버튼을 누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호도에 대한 힌트를 남긴다. 이런 정보를 AI 제품 개발자 및 관리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 제공한다.”

—얼라인 이전에 ‘하마’와 ‘엔터픽스’를 운영했다. 두 서비스를 매각한 이유는.

“하마는 이미지 편집 서비스였고, 엔터픽스는 생성형 이미지 검색 서비스였다. 얼라인은 하마와 엔터픽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던 작은 분석용 대시보드에서 시작했다.

생성형 AI 제품을 직접 운영하며 기존 웹 또는 앱과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웹이나 앱은 기획자가 사전에 계획해 둔 버튼이나 입력 가능한 텍스트가 정해져 있어, 사용자의 자유도가 낮았다. 하지만 생성형 AI 제품은 사용자의 자유도가 높아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하마, 엔터픽스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텍스트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특정 부분을 지우기 위해 어떻게 드래그하고, 색칠하는지 분석하기 쉽지 않았다. 당시 생성형 AI 제품을 위한 분석 툴이 없어서, 내부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던 것이 얼라인의 모태다.

두 서비스를 운영하던 중 생성형 AI 제품이 많이 나올텐데, 기존처럼 이미지 서비스 위주로 계속 나아갈지 혹은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을 기반으로 B2B 서비스를 할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고민 끝에 B2B 서비스의 길을 택했고, 기회가 왔을 때 산돌에 두 서비스를 매각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콕스웨이브 '얼라인 AI' 광고가 게시돼 있다./콕스웨이브 제공

—현재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에 주목한 이유는.

”인도는 인구도 많고 문화도 다양해 콕스웨이브가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다. AI 도입도 적극적인 편이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미국에도 인도 출신 경영진이 많아 미국 시장 확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우디 등 중동 지역과도 가까워 아시아 시장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인도 데이터 플랫폼 기업 레난(Renan)과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PwC 인도 지사와 공동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정해진 시기가 있나.

”우선 인도 시장에 집중해 좋은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미국 시장에 파급력 있게 진출하기 위해 인도라는 큰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성과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인도-미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글로벌 진출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미국 시장에서도 SaaS 홍보 및 미국 기업과의 방문 미팅도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앤트로픽과의 협업도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이었다. 미국에서 개최하는 개발자 관련 행사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작년 연말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얼라인 광고도 진행했다.“

—국내 AI 업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 조언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로 나갈 기회가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다양하고 많은 지원이 있고, 우리도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초기를 넘어가면 애매해지는 시기가 있다. 특히 AI는 제대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지원은 초기에 집중되어 있어 성숙 단계로 넘어갈 때 더 다양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꼭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