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지난 2016년 1조87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멜론’이 인수합병(M&A)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본업인 모바일 메신저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한정돼 있어 성장 동력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멜론이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로 역성장하면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업적 시너지 고려 없는 문어발식 확장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2일 애플리케이션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올 4월 멜론 이용자는 601만명으로 지난 2023년 4월(714만명) 대비 약 16% 줄었습니다. 멜론 등을 포함한 카카오 콘텐츠부문의 매출도 감소세입니다. 올 1분기 카카오 콘텐츠부문의 매출은 8707억원으로, 전년(1조335억원) 대비 약 16% 감소했습니다.
반면 멜론의 경쟁 서비스들은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유튜브 뮤직 이용자는 올 4월 979만명으로 2023년 4월(521만명) 대비 88% 늘었고, 스포티파이 역시 올 4월 이용자가 329만명으로 2023년 4월(100만명)보다 229%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자사 쇼핑 멤버십 서비스에 스포티파이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스포티파이의 점유율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1000만명 이상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스포티파이 서비스가 제공되면, 멜론이 국내 2위 음원서비스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겁니다.
업계 안팎에선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멜론을 무리하게 인수했던 2016년 카카오의 결정이 ‘악수’였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멜론 인수 비용만 1조8700억원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인수한 회사 중 가장 큰 액수입니다. 지난 2015년 카카오의 연 매출은 9322억원으로, 당시 2년치 매출에 버금가는 비용이었습니다. 2015년 로엔 엔터테인먼트(멜론의 운영사)의 매출은 3576억원, 영업이익은 634억원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가로 제시했던 가격이 1조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멜론을 인수한 가격은 파격적이었습니다. 카카오는 멜론 인수에 대해 “모바일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가 결합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음악 창작자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를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멜론 인수 이후 카카오톡이나 다른 서비스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생태계와 서비스 역시 국내에만 머물러 성장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음원 플랫폼은 국가별로 별도 저작권 계약이 필요해 해외 진출이 매우 어렵다.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 같은 해외 업체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라며 “해외 진출이 어려운 국내 기업을 2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인수한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재원으로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 사례와 대조적입니다. 구글은 2006년 당시 16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을 들여 유튜브를 인수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검색 사업을 위주로 했던 구글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인수를 통해 사업 외연을 넓히고 검색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했습니다. 동영상 콘텐츠를 검색 결과에 통합시켜, 검색 품질도 향상시켰습니다. 유튜브는 글로벌 사업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에 따르면 유튜브의 기업가치는 5500억달러(약 766조원)로 추정됩니다. 구글의 인수 당시 기업가치 대비 333배 이상 상승한 겁니다.
류종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겸임교수는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사업적 시너지 없이 단순히 서비스 확장에만 집중했던 문어발식 인수합병이 부른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데도 멜론은 해외 진출을 하지 않았다”면서 “몸집 키우기에만 집중했을 뿐, 인수한 회사를 통해 어떻게 사업적인 성장을 하고 시너지를 낼 건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는 2023년 5월 147개사까지 늘었다가 올해 2월 기준 116개사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