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신작 ‘아이온2’를 앞세워 내년에 연 매출 2조5000억원 달성을 노린다. ‘리니지’와 함께 회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로 꼽히는 ‘아이온’의 후속작인 아이온2는 오는 4분기 출시 예정으로,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아이온2′ 기대감에 주가 9%↑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아이온2를 올 4분기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먼저 PC 버전을 선보인 뒤 모바일로 이식하는 구조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에 따르면, 아이온2는 원작의 세계관과 클래스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전투 방식과 콘텐츠 구성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한 작품이다. 자동 전투를 제외하고 수동 조작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몰입감을 높였으며, 대형 오픈필드와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강화했다. 회사는 기존 팬층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신규 유저층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백승욱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등 개발진이 직접 출연해 게임의 방향성과 핵심 콘텐츠를 공개했고, 이달 중 비공개 테스트도 예고했다.

하지만 아이온2 콘텐츠 공개 직후인 지난달 30일 주가는 하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4.03% 내린 15만2500원에 마감됐으며, 장중 한때 15만원선 아래로 밀렸다. 당시 시장에서는 “공개된 정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엔씨소프트 제공

그러나 주말을 지나 이틀 만에 시장 분위기는 반전됐다. 2일 엔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5% 오른 16만6300원을 기록했다. 아이온2에 대한 정보가 재평가되며 기대감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엔씨가 아이온2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 실적·주가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와, 정체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주요 증권사가 제시한 엔씨 목표 주가는 20만~3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유안타증권은 “아이온2는 전작의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과도한 과금을 지양하고,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그래픽과 다양한 전투 시스템으로 신규 유저층을 모두 노린다”며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제시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이온은 한때 국내 PC방 점유율 16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충성도 높은 IP로, 30~40대 구매력 있는 대기 수요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도 “엔씨가 이례적으로 내년도 구체적인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은 아이온2에 대한 내부 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스팀 기반 대형 화면 환경과 PvE 콘텐츠(몬스터나 던전과의 전투)를 중심으로 글로벌 유저 수요에 부합하는 고퀄리티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아이온2, 다른 성과 낼 것이라 기대 어려워”

엔씨의 아이온2 출시는 최근 게임업계 전반에 확산 중인 인기 IP의 모바일 재해석 흐름과 맞닿아 있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 인기 및 매출 상위권에 올리며 흥행을 입증했고, 스마일게이트도 대표 IP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내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엔씨에 대한 시장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 충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엔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092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26년 만에 첫 연간 적자다. 지난해 신작 ‘TL’의 부진과 리니지 등 모바일 게임 매출 하락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엔씨는 올해 ▲리니지 등 기존 IP 매출 1조4000억~1조5000억원 ▲아이온2 등 신작 매출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는 기존 MMORPG 이용자층을 겨냥한 만큼, 장르 의존도가 높은 전체 매출 구조상 신작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MMORPG 1종과 비(非)MMO 4종 등 여러 신작들이 출시됐지만, 모두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며 “이번 신작이 과거와 다른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존 IP 매출은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신작 매출 6000억~1조원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아이온2는 자동사냥을 배제하고 PC 중심으로 기획된 실험적 성격이 강한 게임으로, 국내 시장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업계에선 단순한 그래픽 향상이나 시스템 개선 등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만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최근 신작마다 유저 이탈과 혹평이 반복되고 있어, 과금 구조나 콘텐츠 운영 전략에서 기존 팬과 신규 이용자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