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웹툰업계가 인공지능(AI)을 서비스에 접목하고 인기 웹툰의 드라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로 만든 숏츠(짧은 영상) 서비스로 독자 유입을 늘리고, 드라마 자체 제작 비중을 확대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 AI로 ‘웹툰 예고편’ 3시간 만에 뚝딱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자사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AI 기반 웹툰 숏폼 영상제작 서비스 ‘헬릭스 숏츠’를 도입했다. 헬릭스 숏츠는 웹툰의 핵심 내용을 요약한 짧은 영상(숏츠)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카카오엔터는 이렇게 제작된 웹툰 숏츠를 카카오페이지 앱 홈 화면에 배치해 개별 작품 홍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영화 예고편처럼 숏츠가 일종의 ‘웹툰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창작자들의 작품 홍보를 지원하는 AI 도구”라며 “예전에는 숏츠 한 편당 200만원의 비용과 약 3주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헬릭스 숏츠를 활용하면 6만원 수준으로 약 3시간 안에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캐릭터와 실제로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AI 챗봇 서비스 ‘캐릭터챗’을 통해 원작 웹툰 소비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캐릭터챗은 지난달 기준 사용자가 335만명을 넘어섰다. 캐릭터와 주고받은 메시지 수도 7000만건을 돌파했다.
캐릭터챗은 웹툰 캐릭터의 말투, 성향, 작품 정보 등을 학습해 실제 캐릭터와 그 세계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캐릭터와 친밀도가 쌓인 이용자들은 원작 웹툰도 더 많이 열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 “99강화나무몽둥이”의 ‘러브’ 캐릭터챗 이용자들의 경우 원작 열람 회차 수가 챗봇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77% 늘었다. 작품 열람자 수는 20%, 결제자 수는 12%, 매출액은 31% 증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캐릭터챗이 원작 소비와 새로운 작품 탐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챗 종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악연’ 인기에 원작 소비도 급증
웹툰 업계는 지식재산권(IP)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웹툰의 영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이나 웹소설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상화한 작품은 2022년 25개, 2023년 30개, 지난해 38개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 N이 제작에 참여하는 작품 수는 2022년 4개에서 2023년 8개, 지난해 7개, 올해 8개로 늘고 있다. 최근 스튜디오 N이 제작에 부분 또는 단독으로 참여한 드라마로는 넷플릭스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중증외상센터’ ‘그놈은 흑염룡’ 등이 있다. 누적 조회 수 26억회에 달하는 인기 웹툰 ‘재혼황후’도 스튜디오 N이 제작하기로 했다.
회사는 스튜디오 N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단독 제작하는 작품의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을 영상화할 때 수익을 많이 가져가려면 제작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네이버웹툰도 넷플릭스처럼 직접 제작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원작 웹툰도 덩달아 유입이 늘어나는 ‘역주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악연’이 비영어 부문 2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한 이후 원작 웹툰 유입도 드라마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일주일 사이 68배 급증했다고 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샤크 : 더 스톰’이 이달 15일 공개된 이후 카카오엔터 원작 웹툰 ‘샤크’의 조회수도 하루 사이 약 29배 늘었다.
◇ 오디오에도 AI 접목… ‘듣는 웹툰’ 강화
이밖에 업계는 AI 기반 음성 기술을 적용한 ‘듣는 웹툰’도 확대하는 중이다. 네이버웹툰, 리디, 밀리의서재 등은 웹툰을 ‘오디오 웹툰’으로 재출시하거나 텍스트 음성변환(TTS) 기술에 AI 기술을 적용해 보다 실감나는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디는 AI 음성기술 기업 셀바스AI와 손잡고 리디의 웹툰, 웹소설을 오디오 콘텐츠로 변환하고 있다. 이전의 기계적인 TTS와 달리 셀바스AI의 기술은 호흡, 억양, 감성 등 다양한 음성 요소를 정교하게 구현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생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은 아직 미국에 비해 성장 초기 단계지만, 최근에는 출퇴근 시간이나 운동 중 시간을 쪼개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웹툰업계도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