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근 닌텐도를 비롯해 국내외 인공지능(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서 7, 8나노 등 수주를 따내며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첨단 공정인 3나노는 TSMC에 대형 고객사를 뺏기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되기로 했던 구글의 텐서 칩이 TSMC로 향할 예정이며 퀄컴, AMD 등 주요 고객사 역시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5, 7나노 분야에서는 중국 SMIC가 잇달아 고객사 수주에 성공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공정의 수율은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을 선언한 지 3년 차에 돌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랜 기간 낮은 수율에 시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반해 TSMC의 경우 3나노에서 9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해 생산 효율을 안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단가는 TSMC가 더 높지만, 칩의 안정성과 성능 측면에서 TSMC가 안정적인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현재 애플,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은 TSMC의 3세대 3나노(N3P)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 2나노 공정으로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구글 역시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으로 제조될 텐서 G5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에서 경쟁 시스템온칩(SoC)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삼성과 첨단 공정 생산을 논의하던 기업들이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TSMC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라며 “삼성전자가 수율 문제로 대형 고객사의 첨단 공정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은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이를 회복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중국 SMIC는 삼성 파운드리와의 격차를 좁히며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SMIC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7나노에 이어 5나노 생산을 시작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5나노부터는 EUV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율과 칩 성능 측면에선 삼성보다 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중국 화웨이는 SMIC의 5나노 칩을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간 7나노 반도체가 기술적인 한계로 평가되던 화웨이가 자국에서 독자 개발해 양산에 들어간 5나노 칩을 신제품에 탑재하면서 중국 반도체 기술의 획기적인 돌파를 보여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는 3, 4나노 등 첨단 공정에서의 부족한 가동률을 5, 7나노 등에서 채우고 있던 삼성 파운드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중국 팹리스의 5, 7나노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중국산 설계자동화(EDA) 기업을 파운드리 생태계에 끌어들여왔다”며 “SMIC의 부상은 중국 고객사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