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공지능(AI)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 금융, 이동통신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 분야의 기술이 발전한 국가로, AMD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AMD는 경쟁사 대비 우수한 성능과 전력 효율을 입증한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댄 맥나마라 AMD 수석부사장은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판교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맥나마라 수석부사장은 AMD 서버 사업부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로 클라우드 등 고성능 서버 제품 사업을 이끌고 있다. AMD에 합류하기 전 인텔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로 일했다.
맥나마라 수석부사장은 “올해 1분기 AMD의 데이터센터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57% 늘었다”며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도 40%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AMD는 올 1분기 74억40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컨센선스(매출 71억3000만달러)를 상회했다.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37억달러(약 5조1655억원)로 집계돼 전체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AMD는 한국 시장에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무기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맥나마라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AMD는 에너지 효율과 성능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기술력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AI를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 생태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중저가형 모델 ‘EPYC 4005′ 시리즈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이동통신사, 금융권 등 기존 대형 고객사들은 성능이 최우선”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반 IT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등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 제품군을 확대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AMD는 차세대 서버용 프로세서도 적기에 생산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AMD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 차세대 ‘에픽(EPYC)’ 프로세서(코드명 베니스) 생산에 TSMC의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N2’ 공정이 적용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 제품은 고성능 컴퓨팅(HPC)을 위한 반도체로는 처음으로 N2 공정을 사용한다.
맥나마라 수석부사장은 “해당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고, 내년에 공식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TSMC가 2㎚ 공정에서 가장 앞서 있는 만큼 와트(W)당 효율과 반도체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해 양산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첨단 공정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TSMC와 오랜 시간 협업을 지속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AMD는 특정 기업에만 열려있는 곳이 아니다”며 “고객들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떤 기업과도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맥나마라 수석부사장은 “미국 정부의 각종 규제를 준수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AMD는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로 올 2분기에 7억달러(약 9700억원), 올해 연간으로는 15억달러(약 2조800억원)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인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저사양 반도체를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