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올해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량을 뛰어넘으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YMTC는 중국 우한 낸드플래시 라인에서 생산량을 끌어올려 낸드플래시 시장 3위인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YMTC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웨이퍼 투입량 기준 지난해 121만장에서 올해 151만장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YMTC 사상 최대 생산능력이며 낸드플래시 업계 4위인 마이크론의 연간 생산량(130만장 수준)을 앞서는 것이다. 최근 200단대 이상 고층 3차원(D) 낸드 분야에서 수율을 확보한 YMTC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감축하며 평균거래가격(ASP)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연간 낸드 생산량은 지난해 507만장에서 올해 475만장으로 약 6%,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10만장에서 올해 198만장으로 약 5%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낸드플래시 시장 2위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합산) 역시 생산량을 줄이며 감산 기조에 합류한 가운데 YMTC만 대폭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는 업체에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며 “D램 시장에서 CXMT가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YMTC 역시 자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기술력·수율 측면에서도 중국산 낸드의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YMTC는 270단 수준의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5세대 3D 낸드를 양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테크인사이츠가 YMTC 자회사 치타이의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고층 낸드에서도 YMTC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낸드는 단수가 높을수록 성능이 뛰어나다. 마치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것처럼 단수가 높아지면 더욱 많은 데이터를 저장·처리할 수 있다. 현재 양산 낸드 중 가장 높은 단수는 SK하이닉스의 321단이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의 286단, YMTC의 270단이다. 아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는 낮지만, 비등한 수준까지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테크인사이츠는 낸드 성능 지표인 칩 크기 및 제곱밀리미터(㎟)당 용량에서 YMTC가 20.47기가비트(Gb)/㎟를 기록,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YMTC는 공정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하이브리드 본딩’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척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2개의 반도체를 하나로 접합하는 기술을 말한다. 시스템 반도체 뿐만 메모리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YMTC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앞세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편 낸드 시장은 올해 1분기부터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올해 1분기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속적 가격 하락에 따라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올해 연간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율이 30%에서 10~15%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